초과담보 구조, 청산 악순환 부추기며 대출 수요 위축
디파이, 밸런서 해킹·이더리움 급락 겹치며 '먹구름'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총 예치금(TVL)이 일주일 새 10% 가까이 줄며 유동성 위축이 가속화하고 있다. 가격 급락에 따른 담보 청산 위험과 해킹 사고, 알트코인 하락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된 모습이다.
4일 디파이 통계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디파이 총 예치금은 최근 일주일 사이 9.68% 감소한 1417억 달러(약 204조 원)를 기록했다. 10월 대규모 청산 사태 이후 횡보를 유지하던 디파이 시장이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총 예치금은 디파이 시장의 유동성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잠금된 총 자산 가치를 의미한다. 예금과 대출, 유동성 공급(LP), 스테이킹 등 모든 형태의 자산을 포함한다.
디파이에서 이탈한 자금은 주로 중앙화 거래소(CEX)나 개인 지갑,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이동한다. 투자자들이 디파이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이자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자금을 인출한다는 것은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파이 대출 부문 역시 구조적 한계로 인해 위축세를 보인다. 대부분의 디파이 대출 서비스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초과담보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신용평가 시스템이 없는 만큼 담보 비율을 높여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이 구조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 자산의 가치가 함께 떨어지며 강제 청산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대출 수요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시장 불안이 커질 때 선제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예치금을 회수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디파이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빠르게 축소되는 연쇄 반응이 이어진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디파이 총 예치금은 자금 유출입뿐 아니라 자산 가격 변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라며 “최근 며칠간 알트코인, 특히 이더리움 가격 하락이 총 예치금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디파이 총 예치금의 상당 부분이 이더리움으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최근 7일 동안 약 11% 하락했다. 전날에는 약 4% 급락했는데, 디파이 프로토콜 ‘밸런서(Balancer)’가 해킹 공격을 받아 1억2000만 달러(약 1721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유출된 사건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해킹으로 밸런서 생태계에서 약 4억 달러(5759억 원)가 빠져나가면서 디파이 총 예치금 감소를 가속했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은 해킹 사건 이전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최근 한 달 사이 약 16% 감소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약세장은 이달 10일 발생한 대폭락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상자산 시장은 ‘업토버(Uptober·10월 상승장)’ 실종과 ‘4년 주기 종료’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 반등을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전략 자산 편입이나 알트코인 메이저 브랜드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따른 모멘텀 같은 확실한 반등 요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