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거세지면서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자금조달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근 오라클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미국 AAA 등급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일부 신용시장에서 긴장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일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총 17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38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대형 기업들의 조달 구조가 과열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채권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오라클은 18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메타는 300억 달러의 AI 투자 재원을 회사채로 마련할 계획이다. 메타 회사채에는 1250억 달러에 달하는 청약 수요가 몰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대규모 차입이 부채 확대와 투자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는 AI 사이클의 보급률 확산 국면으로, 투자 과잉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상당 기간 경쟁적으로 AI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투자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양호한 현금흐름이 자금조달 리스크를 완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매출과 이익 성장세가 견조해 채무 상환 부담은 크지 않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지는 점도 부채 상환 부담을 완화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AI 기업으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할 경우 자금시장 내 ‘풍선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의 대규모 자금조달이 여타 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키고, 단기금융시장 경색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요 AI 기업이 회사채 외에도 특수목적법인(SPV)과 사모신용을 활용한 부외부채 조달을 확대하고 있어 사모신용시장 위축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대규모 투자 확대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 낙수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 확대로 국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10월 국내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그 징후"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