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친시장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 코스피 5000 도약 키포인트

“코스피 5000 달성하려면 세제 개선은 당연히 추진돼야 한다.”

코스피 4000을 돌파한 국내 증시가 성장 동력을 꺼트리지 않으려면 ‘이중과세’와 ‘누진 부담’이라는 낡은 틀에 갇힌 배당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기업은 이미 법인세를 낸 뒤 배당금을 지급하지만 주주는 이 배당금에 다시 개인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 14%(지방세 포함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되지만 이를 초과하면 근로·사업소득 등과 합산돼 최고 45%의 누진세율을 부담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를 고려하면 통합세율은 최대 58.8%에 달한다. OECD 주요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부담이 과도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과세가 거의 없는 자본이득(양도차익)에 쏠린다. 대주주나 비상장주식을 제외하면 주식 양도차익은 대부분 비과세다. 같은 투자 행위에서 배당소득이 자본이득보다 불리한 구조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배당을 확대해도 투자자는 세후 수익률을 따져 장기 보유 대신 단기 매매를 택하게 된다. ‘투기적 시장’이라는 국내 자본시장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정부 추진 방향은 시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은 2000만 원까지 14% 세율을 적용하고 3억 원까지 20%, 3억 원 초과는 3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이 담겼다. 분리과세 대상 고배당 기업은 △배당성향 40% 이상인 상장사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많은 배당을 한 상장사로 제한했다. 그러나 최고세율이 여전히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고 분리과세 조건도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해소와 코스피 5000 도약을 위해 투자자 유입을 높이려면 확실한 친시장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거래소와 간담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관련 정부안이 분명히 시장에 비우호적인 면이 있는데 이런 내용이 시장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잘 처리될 것인지를 외부 투자자들이 많이 체크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장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이에 동조했다.

특히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려면 일관된 신호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선진 자본시장 도약을 위해 의견을 통일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밸류업(Value-up)’ 정책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합리적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단순한 감세가 아니라 코스피 5000 시대를 뒷받침할 투자 인프라의 최소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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