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U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엔비디아가 한국에 총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에서 한 축을 확보했다. 하지만 업계는 ‘시작의 시작일 뿐’이라며, GPU 확보를 넘어 이를 통해 AI를 발전시키고 산업으로 확장하는 다음 스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도입으로는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세대 핵심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로 산업 확장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엔비디아로부터 2030년까지 확보하기로 한 GPU는 총 26만 장 규모로, 기존 보유분 4만 장을 포함하면 총 30만 장 수준이다. 이는 미국(약 2000만 장),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권에 해당하는 숫자로 평가된다.
물량만 보면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AI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깔린 뒤 그 위에 각종 정보기술(IT) 비즈니스가 성장했다. GPU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며 “GPU 자체가 인터넷이라면, 그 위에 어떤 산업이 생기고 어떤 연구가 이뤄질지를 고민해야 하며, 적용 가능한 환경을 기업들이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GPU라는 기반 위에 어떤 모델을 학습하고, 어떤 산업에 적용해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GPU 확보 이후 한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 ‘AI 인프라의 산업화’를 꼽는다. 정부와 기업이 확보한 GPU 자원을 바탕으로 △국가 초거대 AI 모델 산업 △기업별 맞춤형 AI 서비스 △제조·의료·물류 등 AX(산업지능화) 분야 확산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연구소·스타트업·공공기관 등에서도 GPU를 활용한 연구·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인프라를 일부 대기업이 독점할 경우 산업 전체의 혁신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PU 의존을 넘어서 NPU(신경처리장치) 산업을 병행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GPU가 AI 학습과 훈련에 특화된 범용 연산장치라면, NPU는 AI 추론 및 경량화된 모델 실행에 최적화된 전용 칩이다.
AI 모델의 크기와 연산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GPU만으로는 처리 효율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NPU가 GPU를 보완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GPU에서 NPU로 한 번에 전환되진 않겠지만, GPU로 따라잡을 수 없는 수요를 NPU가 점차 채워가며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아직 정확한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2~3년 내 NPU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에 정부가 NPU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