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정재헌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사업자로 성장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CEO는 AI 인프라 구축 로드맵을 공개하며 AI 데이터센터(AI DC) 솔루션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5’ 기조연설에서 정 CEO는 “울산 AI DC를 총 1GW 이상 규모로 확장하고 서남권 AI DC를 신설하는 등 국내 기반을 단단히 다진 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 CEO가 발표한 AI 인프라 구축 로드맵은 크게 △울산 AI DC 대규모 확장 △에너지 특화 AI DC 솔루션 글로벌 진출 △AI DC 종합사업자 도약 등의 AI DC 전략을 비롯해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통한 ‘에지 AI’ 추진 등으로 요약된다.
10월 SK그룹은 오픈AI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서남권 지역에 AI DC 설립 추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다. 정부, 지자체, 글로벌 AI 선도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SKT는 전국을 잇는 대규모 AI 인프라 기반을 갖추게 된다.
SKT는 에너지 특화 AI DC 솔루션을 앞세워 SK그룹 관계사들과 함께 동남아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정 CEO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베트남에서 에너지와 IT의 복합 단지 전략에 기반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라며 “LNG 발전소의 냉면을 활용하는 친환경 고효율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정 CEO는 SKT가 AI DC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솔루션 공급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AI 인프라 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비용의 효율성과 구축의 신속성에 달려 있다”며 “SKT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AI DC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구축·운영 등 AI DC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는 AI DC 종합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SKT는 엔비디아로부터 RTX PRO 6000 GPU 2000여장을 도입해 ‘제조 AI 클라우드’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 CEO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주요 제조사의 AI 전환에 AI 클라우드가 활용될 예정”이라며 “제조 혁신을 위해 기업 내부에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한 아시아 최소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K그룹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기반 시설에 SKT의 AI 기술·인프라를 결합해 제조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겠다”며 “첫 단계로 제조 현장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공정·시스템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해 시뮬레이션·분석·예측하는 기술이다.
SKT는 에지 AI나 AI-RAN(지능형 기지국) 등 통신사가 강점을 가지는 AI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지 AI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기지국·에지 서버에서 처리해 초저지연·보안·네트워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SKT는 에지 AI를 빠르게 구현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R&D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정 CEO는 “AI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통신사가 확보해온 네트워크 인프라가 재조명받고 있다”며 “빅테크와의 협력을 강화해 에지 AI 기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AI-RAN은 제조 AI 확산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엔비디아 및 정부, 학계 등과의 연합을 통해서 6G 무선망 기술인 AI-RAN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30일 취임한 정 CEO는 이날 기조연설로 SKT CEO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SKT의 3분기 영업이익이 90% 급감하며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정 CEO는 AI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SKT는 국내 AI DC 인프라 확장을 넘어 독자적인 AI DC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등 AI 수익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