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서 불붙은 ‘투자심리’…부동산 정책 실패의 서막 [정권별 부동산 정책, 결정적 장면③]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사진제공=판교테크노밸리 홈페이지)

판교 개발은 김대중 정부 시절 집값 안정화를 위해 구상한 공급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수요를 분산해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에서 개발이 본격화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이를 ‘서울 접근성이 좋은 마지막 신도시’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판교 개발은 판교는 물론 강남권 집값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기대한 효과와 정반대의 결과를 냈다.

판교 개발은 우선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 열풍이 이어지면서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2006년 4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판교신도시 전용면적 25.7평(현 84㎡) 이하 아파트 청약접수 결과 최고 20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평균 경쟁률도 수백 대 1를 웃돌았다.

당시 청약 현장에는 ‘청약통장 대리 접수’와 ‘위장전입’ 사례까지 속출했다. 수도권 실수요자뿐 아니라 서울 강남권 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정부가 애초 기대했던 ‘투기 억제형 공급정책’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판교가 있는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말(2008년 2월) 임기 초(2003년 2월)보다 77.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강북 14개구가 41.39%, 강남 11개구가 66.95% 뛴 것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였다.

판교 신도시 분양은 주변 집값도 끌어올렸다. 2005년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른 주변지역 아파트값 상승실태 추정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 개발로 2004년 10월 이후 분당ㆍ용인 등에서 아파트값이 폭등해 그 액수가 총 11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총 23조 원이 오른 강남 아파트값도 상당 부분 판교 개발 탓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실련은 “판교신도시는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약속과 정부 정책의 괴리가 발생한 대표적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판교 분양 이후 강남 3구, 성남 분당까지 ‘고가 주거벨트’로 굳어지며 ‘집값 불패’ 지역이 됐다. 2003년 10·29 대책으로 한때 1억~2억 원씩 급락했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판교 신도시 개발이 한창 커졌던 2005년 상반기 들어 이전 가격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뛰어넘었다.

2008년까지 부동산 보유세를 0.12퍼센트에서 0.24퍼센트로 올리고 1가구 2주택의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겠다는 ‘5·4 정책’도 힘을 쓰진 못했다. 세금이 오르는 것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얻을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판교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강남 재건축과 수도권 신도시 분양이 다시 과열됐고, ‘강남 불패’라는 인식이 더욱 굳어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억눌렸던 실수요가 경기 회복과 주식 시장 반등 등을 타고 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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