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막을 내린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와 산업지형 변화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조선·해운 분야의 상호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 타결, 한캐나다·한일 정상들과의 연쇄적인 경제협력 확대, 주요국의 대규모 투자 약속 등이 이어지며 산업계 전반에 변화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과 방산 분야 공급망 협력이 실질적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및 동맹국 함정시장 진입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방산업계 역시 한미·한캐나다 공동성명 채택 등으로 잠수함, 소형모듈원자로(SMR), LNG 등 미래산업 협력 지평을 넓히며, FA-50 경전투기·K-9 자주포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이 APEC 회원국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미한 ‘기술 번영 협력 구상’ 등 정상회담 성과로 인공지능(AI)·반도체 표준협력이 강화되고, 문화창조산업은 최초로 공동선언문에 담기며 미래 성장동력 논의의 주류에 편입됐다.
미국이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 관세 15% 확정 등 통상 정책을 조정하며 국내 배터리업계에 도전이 됐지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3사는 북미 시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라인 확대와 신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맞물려 우리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경주 선언’은 연결·혁신·번영을 핵심가치로 시장 친화적 경제통합과 디지털 혁신, 포용성장 등 중점 협력 의제를 명시했다. 자유무역 지지는 선언에서는 후퇴했으나, 회원국 정상들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논의 및 시장주도형 경제통합 추진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경주 APEC이 한·미·중 등 주요국이 협력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단기·중장기 경제효과가 약 7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국내 내수·고용 활성화와 국가 브랜드 역량 강화, 글로벌 투자유치 등 전방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들이 남긴 것은 실질적 실익과 국제 경제 질서의 방향성이며, 한국 경제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를 밑거름 삼아 신산업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서야 한다”며 “조선·ESS·AI·방산 등을 축으로 ‘포스트 APEC’ 시대의 성장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