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지속·체중 증가, 단순 노화 아닐 수도…‘이 질환’ 신호[e건강~쏙]

(사진제공=고려대안산병원)

피로감이 지속되거나 평소처럼 먹는데도 체중이 늘어난다면 단순한 노화나 스트레스 때문으로 넘기지 말고,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2020년 60만8000여 명에서 2023년 68만4000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은 에너지 대사와 체온 조절 등 인체의 기본 기능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목 앞쪽 아래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장기다. 이곳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전신 대사 속도와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대사 기능이 느려지는 질환이다. 몸이 쉽게 무겁고 둔해지는 느낌이 들며, 피로감과 무기력감이 지속된다. 식사량이 변하지 않아도 체중이 증가하고, 추위를 잘 타거나 얼굴·손발의 부종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변비, 피부 건조, 탈모,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등 전신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에게 흔하며,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크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갑상선 조직이 손상돼 기능이 떨어지는 자가면역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다. 이외에도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유증, 특정 약물 복용, 뇌하수체 질환 등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갑상선호르몬(T4) 수치를 확인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TSH가 높고 T4가 낮게 나타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한다. 필요 시 초음파 검사로 구조적 이상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합성 호르몬제(레보티록신)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약물 복용 후 6~8주 간격으로 호르몬 수치를 재확인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6개월~1년에 한 번 정기 추적 검사를 시행한다. 환자 대부분은 약물치료만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므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또한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박소영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피로감이나 체중 증가를 단순한 노화로 착각하기 쉽다. 경미한 증상이라도 오래 지속된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약물 치료로 대부분 환자가 호전되는 만큼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