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호텔·라한셀렉트호텔 현장 가보니

경북 경주가 이틀째 긴장감에 휩싸였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각각 묵는 호텔 주변은 평소와 달리 사람과 차량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두 정상이 머무는 숙소는 같은 ‘경호’ 아래 있었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30일 찾은 라한셀렉트가 ‘경계 속의 질서’를 유지했다면, 코오롱호텔은 ‘폐쇄된 요새’였다. 한쪽은 비표를 착용한 방문객의 입장이 허용됐지만, 다른 한쪽은 외부인의 그림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가 묵는 라한셀렉트 호텔 정문은 총리가 도착하기 한참 전인 오전부터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였다.
수십 명의 경찰이 입구를 지키며 출입문 대부분을 봉쇄했다. 비표를 착용한 인원만 한쪽 통로를 통해 출입할 수 있었고, 가방 검사와 금속탐지기 검사가 꼼꼼히 진행됐다. 호텔 내부에도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으며, 경찰특공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라한셀렉트 호텔 내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카이치 총리를 위한 호텔의 특별한 배려도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객실에는 자개함과 같은 한국수공예품, 한국 전통 음료와 견과류 등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경주시 마동 코오롱호텔은 더욱 팽팽한 긴장감에 싸여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머무는 이곳은 사실상 ‘요새’였다.
호텔 인근 도로 곳곳에는 경찰이 빼곡히 배치돼 있었고, 불국사 방향 진입로는 모두 통제됐다. 차량은 검문소에서 통행 목적과 탑승 인원을 확인받은 뒤에야 통과할 수 있었다. 인근 공터에는 수십 대의 경찰차와 소방차가 대기했고,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 차량도 눈에 띄었다.

코오롱호텔은 1978년 문을 연 경주 최초의 특급호텔로, 불국사 인근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다. 현재는 4성급이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입지 덕분에 외부 접근이 어려워 경호 요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설치됐다. 중국인 관계자들이 명부를 들고 출입자의 신원을 하나씩 확인했고, 비표가 없는 방문객은 모두 돌려보냈다. 가방 검사와 금속탐지기, 몸수색도 두 차례 이상 이뤄졌다.

호텔 로비 앞에는 대형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차에 타고 내리는 곳으로, 안전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호텔 로비에는 화려한 꽃장식이 눈에 띄었다. 로비에는 화려한 꽃장식과 전통 문양이 어우러져 ‘중후한 한국식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기자가 로비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한 중국인 관계자가 오성홍기가 그려진 비표를 들어 보이며 “이 비표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다”고 제지했다. 취재진 비표만 있다면 들어갈 수 있었던 라한셀렉트 호텔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비 수준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