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양국 간 관세협상이 큰 틀에서 전격 타결되면서 한국 경제의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대 대미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다시 인하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일부 걷힌 가운데,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국내 증시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정부 전망치(1.8%)를 웃도는 2%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정부는 미국과 관세협상 세부내용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미 측에 제시한 대미투자패키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중 현금투자는 2000억 달러, 조선업 투자는 1500억 달러로 결정했고 외환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현금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분납하기로 했다. 대신 미 정부는 대(對)한국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10%포인트(p) 인하하는 등의 합의를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자동차 중심의 대미수출 타격은 점차 완화 흐름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미 수출액(잠정)은 4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7% 감소하는 등 미국발(發 관세 충격이 현실화한 상황이었다. 해당 기간 우리나라 전체 승용차 수출액과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각각 전년대비 25.0%·31.4%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관세는 앞서 대미 협상을 마쳐 관세율을 15%로 내린 일본·유럽에 비해 10%p 높은 상태로 경쟁해야 했지만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실제로 이날 자동차 관세 인하 소식이 전해진 후 현대차·기아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각각 14%·10% 이상 급등했다. 다만 반도체 등 타 주력 품목의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김 정책실장에 따르면 반도체 관세는 대만에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증시도 훈풍이 예상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0.74(1.76%) 오른 4081.1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이번 관세협상으로 수혜를 입을 조선 등 대미 수출주를 중심으로 상승 동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연간 목표치를 5000으로 제시했고 JP모건은 12개월 기준 목표치 5000, 강세장이면 6000까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락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1430원대 초반에서 횡보하다가 오후 3시 30분 전날보다 6.0원 하락한 1431.7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관세협상 결과 발표 이후 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환율이 장중 141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하회한 것은 21일 이후 처음이다.
성장률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1.2% 성장하며 연간 1% 성장률 달성이 유력해진 가운데 수출·투자 등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내년 성장률 목표치(1.8%)를 넘어 2%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그간 장기 부진으로 성장률에 '마이너스 기여'를 해온 건설투자도 작년부터 감소 폭이 줄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출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올해 성장률이 낮은 기저효과도 있고, 내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 확대 등 내수 회복에 도움을 주면 2%대 성장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