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지 돌아오고, 앤팀 데뷔하고…'글로벌 그룹'의 이유 있는 귀환 [엔터로그]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그룹 넥스지(왼쪽), 앤팀.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뚝 떨어진 기온에도 가요계는 뜨겁습니다. 이른바 '글로벌 그룹'들도 최근 일제히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는데요.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팀들의 '한국행'이 두드러집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넥스지는 최근 국내 첫 단독 콘서트를 성료한 데 이어 곧장 새 미니 앨범을 발매했고요. 하이브 산하 일본 레이블 소속 앤팀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한국 정식 앨범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예고했죠.

이들은 현지에서 호성적을 기록하며 탄탄한 팬덤을 쌓은 바 있습니다. 오리콘 차트, 부도칸 입성, 골드 디스크 수상 등 기록도 화려한데요. 굵직한 성과를 거둔 팀들이 이제는 한국을 정조준, 국내에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 겁니다.

▲그룹 넥스지.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넥스지·앤팀 온다…글로벌 그룹의 한국행 러쉬

넥스지(NEXZ)는 27일 미니 3집 '비트복서(Beat-Boxer)'를 내고 컴백했습니다.

넥스지의 신보는 일본 EP를 제외하면 4월 발매한 미니 2집 '오 리얼리?(O-RLY)' 이후 약 6개월 만인데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비트복서'는 힙하고 신나는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으로 'Beat'와 'Boxer' 두 단어를 합성해 넥스지만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짜릿함을 선사하고 무대 위 비트를 박살 내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신곡 안무 창작에 토모야, 유우, 하루가 직접 참여한 데다가 수록곡 작곡, 작사 크레디트에도 멤버들이 이름을 올리면서 그룹의 강점과 개성을 살렸는데요. 넥스지 멤버들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작보다 더 멋있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6개월간 열심히 달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로 '출장 십오야 X JYP 스카우트'에서 '비트복서' 퍼포먼스 일부가 선공개되면서 K팝 팬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어 앨범이 발매되면서 화려한 퍼포먼스가 베일을 벗으면서 '넥붐온(넥스지 붐은 온다)'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이브 산하 일본 레이블 YX LABELS의 앤팀(&TEAM)은 28일 한국 미니 1집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를 발매합니다.

앤팀의 이번 활동은 한국 정식 데뷔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하이브의 글로벌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 '앤 오디션 - 더 하울링'을 통해 2022년 데뷔한 이들이지만, 주무대는 일본이었습니다. 데뷔에 이어 활동도 일본에서 진행했는데요. 그간 일본 원곡의 한국어 버전 무대로 국내 음악방송에 출연하거나 한국에서 공연한 적은 있었으나 정식 한국 앨범 발매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앤팀은 27일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백 투 라이프'를 선공개해 기대감을 키웠는데요. 록 힙합(Rock Hip-hop) 장르인 이 곡은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비트와 사운드가 특징으로, 되살아난 본능을 믿고, 심장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달려간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앤팀의 탄생부터 함께한 방시혁이 앨범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죠. 소마 겐다, 훌리아 루이스, 타일러 스프라이, 박문치 등도 힘을 보탰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들이 이미 현지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뒀다는 겁니다.

넥스지는 올여름 일본 15개 도시 총 18회 공연 규모의 첫 라이브 투어로 3개월간 5만여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이 일환으로 일본 공연의 성지라 불리는 도쿄 부도칸에도 입성, 이틀간 1만8000명의 관객과 만났는데요. 현지 데뷔 1년 만의 일이었죠.

이밖에도 미국 그래미닷컴의 '2025년 주목해야 할 K팝 루키 8'(8 Rookie K-Pop Acts To Watch In 2025)에 선정되거나 제39회 일본 골드 디스크 대상 '베스트 5 뉴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했는데요. 일본 앨범으로는 오리콘 데일리 앨범 랭킹 정상에 올랐습니다.

앤팀은 첫 앨범인 '퍼스트 하울링: 미'(First Howling : ME)부터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세 번째 싱글 '고 인 블라인드'(Go in Blind)'는 누적 출하량 100만 장을 돌파하면서 일본레코드협회로부터 밀리언 인증을 7월 획득했고요. 정규 2집 '유키아카리(Yukiakari)'로는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 '베스트 5 앨범'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여기에 올해 5월부터 진행한 아시아 투어에서는 도쿄, 후쿠오카, 서울, 타이베이 등 9개 도시를 돌면서 약 16만 명의 팬들을 만났는데요. 특히 25~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피날레 공연을 개최, 이곳에서만 6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탄탄한 현지 인기를 입증했죠.

▲그룹 앤팀. (사진제공=하이브 레이블즈)

양국 잇는 K팝 전략…왜?

대형 가요 기획사들은 일본을 주요 거점으로도 삼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 2위 규모의 음악 시장이자 피지컬 중심의 소비 구조를 지닌 곳으로, 앨범·굿즈·이벤트 결합형 비즈니스가 고도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에 JYP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멤버 전원이 일본인인 걸그룹 니쥬(NiziU)를 론칭했고요. 같은 해 CJ ENM의 일본 레이블 라포네 엔터테인먼트에선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1을 통해 결성된 보이그룹 제이오원(JO1)이 데뷔했습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엔시티 위시(NCT WISH) 역시 한국과 일본을 활동 기반으로 설정, 동시 활동에 힘을 싣고 있죠.

현지화 그룹은 이처럼 K팝식 트레이닝과 제작 방식을 도입해 해외 현지에서 데뷔, 활동하는 그룹을 일컫습니다. 최근에는 데뷔부터 한국과 일본을 동시 공략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기존 K팝이 국내 시장에 주력해 이름을 알린 후 이를 바탕으로 세계 음악 시장에 도전했다면, 현지화 그룹은 타국에서 데뷔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게 차이랄까요.

현지화 아이돌이 다시 한국 무대를 찾는 이유는 'K팝 본진'으로서의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활동은 단순한 국내 홍보가 아니라, 음악방송과 예능, 웹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지식재산권(IP) 확장과 팬덤 통합의 출발점으로 기능합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한국 무대는 정체성이자 신뢰도의 상징입니다. 일본 중심 활동만으로는 글로벌 확장에 한계가 있기에 한국 정식 데뷔를 통해 K팝 시스템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해외 유통망을 넓히려는 건데요. 최근 일본 배우, 싱어송라이터, 아이돌 그룹의 활발한 한국 시장 진출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K팝의 고장 한국에서도 먹혔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앤팀 멤버 조는 28일 진행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3년간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한국 음악방송에서 1위를 꼭 하고 싶다. 한국 음악방송은 전세계 팬들이 지켜봐 주는 무대라 팀과 팬들에게 자랑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유마 역시 "우리의 색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한국 데뷔를 계기로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번 국내 활동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사진제공=하이브)

중동·인도 공략까지…아시아 잡아라!

K팝의 본무대는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입니다.

하이브는 지난달 인도 현지 법인 '하이브 인디아'를 설립하며 '14만' 시장 진출을 예고했는데요. 세계 최대 인구 규모 인도에서는 K팝을 비롯한 K-콘텐츠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2023 글로벌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도 내 한류 콘텐츠 소비자는 약 15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24세 이하 잘파(Z, 알파)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죠.

또 시장 조사기관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는 K팝을 포함한 한국 음악 콘텐츠 소비가 전년 대비 72.4%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는 게임(70.3%), 드라마(70.2%), 영화(69.7%)보다도 높은 수치로, 특히 음악 콘텐츠의 참여형 소비 증가가 두드러지는데요. 인도 팬들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커버 댄스 △팬아트 △자막 영상 등 2차 창작 콘텐츠를 활발히 생성하면서 K팝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함께 만드는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이브 인디아는 현지 오디션을 통해 아티스트를 선발하고 인도에 최적화된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인데요. 또 기존 하이브 뮤직그룹 아티스트의 인도 현지 활동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CJ ENM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 법인을 7월 설립했습니다. 문화사업 30주년을 맞아 2025년을 글로벌 가속화의 원년으로 선언한 CJ ENM은 사우디를 기반으로 K-컬처 확산에 앞장선다는 계획인데요.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셀라(SELA)와 손잡는다고 밝힌 바 있죠.

중동은 최근 문화 개방과 디지털 미디어 확산 영향으로 K팝을 포함한 다양한 음악 장르 소비가 확대되며 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으로 평가받습니다. 인구 구성 측면에서 사우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입니다. CJ ENM은 음악 기반 IP 생태 시스템(MCS) 전략을 토대로 글로벌에서 검증받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등 K팝 글로벌 현지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대형 기획사들이 아시아 전역으로 거점을 넓히는 건 단순한 해외 진출 목적이 아니라 K팝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문화와 언어, 시장 구조에 맞춘 현지 멤버 구성과 콘텐츠 제작, 그리고 팬덤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형 IP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인데요. 각종 글로벌 그룹의 한일 동시 활동 구조도 그 일환이죠. 인도, 중동 등으로 확장된 네트워크는 K팝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을 글로벌 표준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 흐름의 중심에는 '한국'이라는 본진이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기획력과 팬덤 운영 노하우, 글로벌 제작 네트워크가 음악 산업 내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본으로, 또 아시아로 거점을 넓히는 기획사들의 전략은 K팝 시스템을 세계로 확장하기 위한 진화 과정이며, 한국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핵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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