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기술주권 확보 필요”

“CMC 인프라 구축·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시급”

▲이상래 아주대 의대 교수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대한민국이 바이오산업의 ‘골든타임’에 서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기술주권과 데이터 표준화,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바이오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를 리드하는 바이오 코리아 핵심성공 실행전략 정책제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인프라 구축과 중소기업 지원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상래 아주대 의대 교수는 CMC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CMC는 단순한 품질관리 과정이 아니라 신약개발 전 과정을 지탱하는 기술주권의 핵심 인프라”라며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CMC 기반 데이터와 전문인력을 국내에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CMC 허들’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시험 허가를 받기 위해 약물의 화학적 구조, 물리 화학적 특성, 제형, 안정성 등 CMC 관련 수많은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 최소 20억~40억 원이 소요돼, 자금력이 약한 벤처들은 대부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등 해외 CMC 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결국 신약의 품질과 인허가 전략, 데이터 주권이 모두 외국에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CMC 플랫폼 구축 △국가 데이터 보존 체계 마련 △전문인력 양성체계 확립 △글로벌 인허가 대응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공 CMC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글로벌 인허가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승연 바이오조사이언시스 대표는 지금이 K바이오의 미래를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대한민국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급성장하면서 세계 무대에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 없이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50조 원 규모의 성장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 백신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있으려면 중소 바이오 기업의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조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72%의 혁신신약이 중소 바이오텍에서 만들어진다.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는 이야기”라며 “글로벌 데이터를 확보하고, 부족한 파이프라인은 해외에서 혁신기술을 도입해 자국화해야 한다.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바이오산업의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세미나를 주최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이오는 미래 먹거리로서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집중돼야 하는 분야”라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엄격히 관리돼야 하지만,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바이오산업의 생태계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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