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APEC’…李대통령, 내일 트럼프와 담판 [경주 APEC]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본무대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한다. 특히 이날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협력 방안이 두루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회의는 경제·안보·기술 등 전방위 현안을 놓고 다자외교가 펼쳐지는 핵심 무대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9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 참석을 시작으로 APEC 정상외교 일정을 본격화한다. 이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포용적 성장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 연설에 나선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 등 한국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날 국빈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2019년 6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둘러싼 관세 협상이다. 협상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투자 규모와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회담 전 타결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은 기업이 주도하는 ‘EU형 민간 투자 모델’을, 미국은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일본식 정부 투자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제없다. 잘되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진전은 있지만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양국 정상의 결단으로 투자 규모와 방식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협상이 불발될 경우 1차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딜’만 발표하는 절충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역시 국빈 자격으로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 복원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망 안정과 기후변화 대응,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등 실질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달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도 한국을 찾는다. 다카이치 총리는 30일 방한해 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다음날 APEC 정상회의 본회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도 캐나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파트너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무역 다변화, 공급망 확대, 방산 및 인프라 협력 등 실질 경제협력 의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통해 한국이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도 실용과 균형의 경제외교를 구현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성장 질서를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APEC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실용외교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돼 온 세계화와 자유무역 질서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자유무역의 가치와 다자 협력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보조금 산업정책, 기술 탈취 등 불공정 행위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고, 미국은 일방주의적 통상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을 중심으로 한 중견국들이 새로운 다자 협력의 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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