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면역저하자·기저질환자 위험도 높아⋯1회 접종 후 3년까지 장기 효과 확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독감(인플루엔자)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감염될 경우 발열,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중증으로 악화해 입원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송준영<사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령은 RSV 감염증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로, 60대·70대·80대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중증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라면서 “암 환자, 이식 환자 등 면역저하자와 만성 폐질환자, 만성 신질환자 등 장기별 만성질환자도 주요 고위험군”이라고 밝혔다.
RSV 감염증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고 해열제나 진해거담제, 기침약 등 증상에 대한 약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신속진단키트가 상용화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으며, 민감도와 특이도에 한계가 있어 의료진도 적극적으로 검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실제 질병 부담보다 저평가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24년 기준 RSV 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8976명으로,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 환자 수(6188명)를 뛰어넘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환자의 약 65%는 65세 이상이었으며, 25%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56.8%의 환자가 폐렴으로 확인됐고 10.6%는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 교수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면역 노화로 인해 항체 역가와 세포 면역이 저하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현재 고령층에는 백신이 유일한 예방 수단으로 활용되며,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GSK의 RSV 감염증 백신 ‘아렉스비’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임상 연구에 따르면 접종 첫해에는 82.6%의 하기도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났으며, 접종 후 3년 동안 누적 예방 효과는 62.9%, 중증 감염 예방 효과는 67.4%로 확인됐다. 또한 신체 기능이 저하된 환자군이나 70세 이상 초고령자군에서도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확인했고,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군에서는 더 높은 효과(94.6%)를 보였다.
송 교수는 “RSV 감염증 백신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한 번 접종으로도 장기간 예방효과가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라면서 “고령자나 고위험군에서도 예방 효과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예방 효과 외에도, 돌파감염 시 중증도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성 심혈관 질환,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다. 임상 연구에서 아렉스비는 위약군 대비 42%의 중증도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RSV 감염증 백신을 75세 이상은 반드시 접종하고, 60~74세는 면역저하 질환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송 교수는 “종종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감염병에 걸리면 ‘괜히 맞았다’라고 여기는데, 고위험군은 RSV에 감염되면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져 폐렴에 걸리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고 회복되더라도 원래의 신체 기능을 되찾기 어렵다. 따라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고위험군에서는 자연감염 후 충분한 방어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며, 감염 후 형성된 항체가 방어 효과를 유지하는 기간은 대략 1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RSV 백신은 한번 접종으로 최소 3년간 예방 효과가 유지되고, 앞으로 4~5년까지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RSV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손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RSV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감염 위험이 높으므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송 교수는 “백신이 없을 때는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비약물적 예방 수단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백신이 등장한 만큼 예방접종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75세 이상 및 60세 이사 만성질환자는 꼭 접종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