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 6.5%…10년 만에 최고 수준
주택가격 급등하며 ‘내 집 마련’ 꿈 멀어져

풍요로운 부모 세대와 그렇지 못한 자녀라는 이슈가 미국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가 끝났다는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부모 세대는 자가주택과 퇴직연금 덕분에 ‘안정적인 노후’를 즐기고 있지만 자녀 세대는 취업난과 내집 마련의 어려움, 의료비 등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자신의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며 편안한 은퇴 생활을 하는 것이 대체적인 미국인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WSJ가 7월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는 “아메리칸 드림이 더는 유효하지 않거나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최근 1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응답자의 80%는 “자녀 세대가 지금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란 기대가 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너새니얼 헨드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1940년대에 태어난 사람의 약 90%가 부모 세대보다 잘살았지만,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이 비중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면서 “해당 비율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목표는 지난 15년간 훨씬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자녀 세대 간 경제적 격차가 같은 가정 내에서도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학을 졸업한 미국 내 취업 준비생들의 재정 상황이 크게 타격을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도 갓 졸업 후 사회에 나온 취업준비생들이 중장년층 대비 실업률이 높았지만 그 격차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8월 미국 전체 실업률은 4.3%로 집계됐는데 청년 실업률은 6.5%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재정적으로 안정된 부모가 자녀의 임대료, 생활비 등을 보조하는 것은 물론 취업 및 면접 코치를 고용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노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커리어 코치로 일하고 있는 벤 토빈은 “요즘 대학 졸업생들은 링크트인을 비롯한 여러 구직사이트를 통해 수백 개 이상의 지원서를 제출하지만 취직에 성공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AI)의 발달이 많은 초급 직무를 대체하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관세와 규제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늦추는 경향이 더욱 심화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 내 주택 가격이 50% 이상 급등한 것 역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에 찬물을 끼얹는데 큰 원인을 제공했다. WSJ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중 약 23%는 “주택을 살 여유가 있거나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젊은 세대가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메리 러블리 선임 연구원은 “1970년대 오일쇼크나 1980년대 고금리처럼 과거에도 어려움은 있었지만 일자리는 쉽게 찾았다. 아울러 지금은 주거비와 의료비 등이 소득 대비 너무 높다”며 “젊은 세대의 좌절은 그들이 게으른 탓이 아니다. 시스템 자체가 청년들이 좋은 출발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