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썸 탄다? 1000명 몰린 템플스테이

40대 특집 ‘나는 절로’, 경쟁률 60대 1 넘긴 이유는?

(사진제공=조계종사회복지재단)
명상과 인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들이 절로 향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한 '나는 절로' 40대 특집에 1000명이 넘는 미혼남녀가 지원했다. 여성 경쟁률은 62대 1, 남성 경쟁률은 39대 1. 그야말로 '템플스테이판 하트시그널'이다.

이번 행사는 다음달 15~16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열린다. 참가 자격은 만 35~49세, 남녀 각 10명씩만 뽑는다. 명상·산책·차담 등을 함께하며 ‘마음을 비우다 보면 인연이 찾아온다’는 취지다.

앞서 25일 경북 김천시 직지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 직지사'에서는 24명 가운데 6쌍이 실제 커플로 이어졌다. 조계종복지재단 관계자는 "조용한 공간이라 오히려 진심이 더 잘 들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등장은 한국 사회의 저출생 및 비혼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일본의 일부 불교 사찰은 ‘엔무스비(縁結び, 인연 맺기)’ 명상회를 운영하며, 참가자 절반 이상이 30~40대 싱글로 나타났다.

사찰이 '힐링+인연'의 공간으로

(출처=오픈AI 챗GPT)
'나는 절로'는 원래 20~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장년층의 참여 요청이 늘어나면서 올해부터 40대 특집이 신설됐다. 복지재단 측은 "결혼이 늦어지는 사회 흐름에 맞춰 다양한 세대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소개팅보다 마음이 편하다", "외모보다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 휴식과 명상을 나누며 이뤄지는 만남은, 일상의 피로와 경쟁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 형식으로 주목받는다.

연애 앱과 소개팅 플랫폼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나는 절로'의 인기는 느림의 미학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불교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요즘은 모두가 빠른 연결을 원하지만, 진심은 천천히 드러난다"며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대를 만나는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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