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소환된 물성의 감동, 직접 만지면서 듣는 영화음악 3000점 전시

직접 턴테이블과 플레이어로 감상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
日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활용된 히라야마의 음악들 눈길
24일부터 내년 1월까지⋯"새로운 감각의 장 펼쳐지기를"

▲ 한국영상자료원이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한국영화의 OST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 개최한다. 이날 영상자료원 내부 영화박물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올드보이'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조응하는 왈츠, '서편제'의 곡진한 판소리, '건축학 개론'에서 주인공들이 함께 들었던 전람회의 음악까지. 한국영화의 명장면 뒤에는 늘 귀로 기억되는 음악이 있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전시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은 바로 그 귀의 기억을 되살린다.

24일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영화음악 음반 3000여 점을 관람객이 직접 턴테이블과 플레이어로 감상하는 참여형 전시다. 디지털 음원 시대에 사라진 '물성의 매력'을 복원하는 전시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감각의 경험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의 명장면과 함께 흐르는 음악은 새로운 영화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한다. 또한 관객들은 직접 엘피, 카세트테이프, CD를 만지고 감상할 수 있다. 그 속에 담긴 아날로그 매체 특유의 질감과 물성을 즐길 수 있다.

▲ 한국영상자료원이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한국영화의 OST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 개최한다. 이날 영상자료원 내부 영화박물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영화음악은 크게 삽입곡, 주제곡, 오리지널 스코어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삽입곡은 영화만을 위해 새로 작곡된 주제곡이나 오리지널 스코어와 달리 이미 발표된 곡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해당 곡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공유된 기억을 영화 안으로 불러들이며 관객에게 특별한 정서적 공감을 끌어낸다.

'골든 힛트 영화음악' 섹션에서는 삽입곡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헤어질 결심'에 활용된 정훈희의 '안개', '택시운전사'에 활용된 조용필의 '단발머리', '살인의 추억'에 활용된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등을 영화의 장면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12인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은 오리지널 스코어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섹션이다. 정성조, 조성우, 정용진, 이병우, 방준석, 모그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음악감독들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통해 영화의 감정과 분위기를 정밀하게 느낄 수 있다.

▲ 한국영상자료원이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한국영화의 OST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 개최한다. 이 사진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들었던 음악들을 CD와 카세트테이프 등으로 전시한 모습. (송석주 기자 ssp@)

지난해 개봉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활용된 각종 음악도 전시되어 있다.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는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며 청빈한 삶을 살아간다. 그는 영화 속에서 화초를 가꾸고, 사진을 찍는 등 소박한 취미 생활을 이어간다.

그의 취미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 그가 영화에서 들었던 음악은 애니멀즈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 패티 스미스의 'Redondo Beach',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루 리드의 'Perfect Day' 등이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는 늙은 창녀에 대한 삶의 애환을 바탕으로 한 영국 민요를 기원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Pale Blue Eyes'는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독백으로 구성된 노래다. 영화는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의 과거에 관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은 그가 듣는 음악을 통해 히라야마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다.

영상자료원은 "관람객이 오래된 엘피와 카세트테이프, CD 커버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턴테이블과 플레이어로 영화 음악을 진짜로 듣는 순간, 과거와 현재가 조우함으로써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는 새로운 감각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영상자료원 내부에 있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이날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입장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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