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을 감쌌다. 차관 거취엔 방패를 들이대면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보유세 등 핵심 부동산 정책에선 입장이 엇갈리며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지금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야 할 주무 차관인데 사퇴시킬 수는 없다”면서 “정책 효과를 더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청래 대표가 ‘부동산 정책 등 민감한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조용히, 튼튼히 정부를 뒷받침하는 게 당의 기조’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차관은 19일 “돈 모아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배우자의 30억 원대 아파트 ‘전세 낀 매입’(갭투자) 의혹까지 겹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후 나흘 만에 사과 영상을 내놨지만, 기자 질의응답 없이 짧게 끝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자성론도 나왔다. 윤준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는 고위 공직자들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장본인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도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차관의 정책 추진 필요성”을 이유로 일단 엄호에 나선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이 차관을 사퇴시키면 10·15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인데 사퇴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초환 완화·폐지 가능성을 흘렸던 민주당은 이날 ‘속도 조절’로 방향을 바꿨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초환을) 없애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있고, 유지하면 공급 걸림돌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재건축초과이익이 유일하게 강남에서만 발생하므로 (재초환 완화시) 강남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 딜레마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 주택시장 안정화 TF가 첫 회의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인 의원의 의견이나 국토위 차원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나온 것이라 지도부가 현재 입장을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당 내부조차 재초환 개편을 두고 입장이 일치하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재초환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뒤늦은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또 “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공공재개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0%까지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는 공공기관 중심의 개발 강화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면서도 여지를 남겼다.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부동산 정책은 공급과 세제, 금융이 세트로 가야 한다”며 “보유세, 즉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21~23일 실시한 조사에서 10·15 부동산 대책을 ‘적절하지 않다’ 44% vs ‘적절하다’ 37%로 평가가 갈렸다. 지역별로는 호남만 긍정(49%→29%)이 우세했고, 서울(49%)·부울경(48%)·TK(55%)에선 부정이 앞섰다. 세대별로는 40·50대만 긍정(53%, 48%)이 우세했고 그 외 전 연령대는 부정이 높았다. 이념·정당별로도 보수 67%·중도 42%·국민의힘 지지층 73%·무당층 51%가 부정, 진보 57%·민주당 지지층 56%가 긍정으로 갈렸다. 이는 10·15 대책이 여권 핵심 지지층에선 일정 지지를 얻었으나, 중도와 무당층·수도권 핵심 표심을 설득하지 못한 채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음을 시사한다.
기사에 인용된 갤럽 조사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2.3%,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p)였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