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사라”이어 "15억 서민 아파트"...번지는 부동산 리스크

野 “국민 고통 외면한 폭언”
與 “부적절했지만, 정쟁은 피해야”

▲대국민 사과하고 있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발언이 정국의 새 뇌관이 됐다. 이 차관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한 발언에 여야가 동시에 공세를 퍼붓고, 배우자의 30억 원대 아파트 ‘전세 낀 매입’(갭투자) 의혹까지 겹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같은 당 복기왕 의원의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까지 겹치며 부동산 인식 논란의 중심에 섰다.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이 차관을 둘러싼 공방으로 달아올랐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은 백현동 아파트를 전세 끼고 갭투자 하면서도 국민에게는 집값 떨어지면 사라고 했다”며 “이건 단순한 막말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폭언”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권영진 의원도 “국토위가 사퇴 문제와 관련해 입장 정리를 못 하면 국토위가 국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차관의 언행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를 정쟁으로 삼기보다는 간사 협의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복기왕 의원 역시 “이 차관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위원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에는 선을 그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작해 공개한 이미지 (주진우 의원 페이스북)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권력에 영합해 서민 주거권을 빼앗은 2025년 을사년의 ‘부동산 을사오적’”이라며 “자기들은 강남에 살고 갭투기 했으면서 국민에겐 서울 진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의 토지거래허가제를 “유신시대에도 없던 규제”라고 꼬집으며 “자유대한민국은 책상머리에서 속닥거리는 당신들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운 기류가 확산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해임(요구안)을 김민석 국무총리한테 내는 것이 좋고 대통령은 무조건 책임을 물어서 내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차관의 거취 문제가 단순한 실언 논란을 넘어 정책 라인 전체의 책임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사회적경제위원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09.25. (뉴시스)

설상가상으로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의 발언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복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국 평균치, 15억 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들이 좀 있어서 15억 아파트와 청년, 신혼부부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전해지자 야권은 “민주당이 ‘서민’의 기준을 15억으로 잡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서민, 서민’ 외치던 것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서민의 기준을 15억으로 두니 이런 망국적 부동산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을 못 산 나는 민주당 기준에서 불가촉천민 정도 되려나”라고도 꼬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서민 기준이 15억이라니”, “대한민국 사람은 서울에만 사는 게 아닙니다”, “서민이 15억이 있나. 민주당이 말하는 서민의 기준은 자산 15억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하나”, “집 없는 서민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구나”, “지방은 2~3억 아파트 수두룩하다. 그럼 지방은 완전 빈민이냐”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 차관은 이날 오전 국토부 유튜브 생중계로 2분짜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집을 구입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에는 “정책 담당자로서 주택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응하지 않았다.

여당 내부에서는 “버티기보다 선제적 인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고, 대통령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라며 “이 차관이 남는 순간, 정부의 신뢰 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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