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HBM 수요 급증이 수출 증가 5.6%포인트 견인
미국 관세로 철강·자동차 수출 타격…내년 수출 증가세 둔화 전망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한국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견인하며 경상수지도 2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최근 수출 및 경상수지 상황 평가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9월 통관수출이 659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경상수지는 91억5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비IT 부문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석유·화학·철강 업종은 관세율 인상으로 對미수출이 급감했고, 자동차부품과 기계류 수출도 하락세를 보였다.
한은은 "향후 관세 영향이 더욱 확대돼 비IT 부문 수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수출 확대는 반도체가 주도했다.
한은은 "AI혁명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며, "3분기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 6.5% 중 5.6%포인트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AI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HBM) 수출이 급증했고, D램 가격 상승과 플래시메모리 수요 확대가 이를 뒷받침했다. 특히 대만향 반도체 수출 비중은 21%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AI 인프라 투자와 각국의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AI버블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실질적 수요에 기반한 확장세"라고 덧붙였다.
AI 이외에도 자동차, 선박, 방산, 화장품 등 산업별 수출 다변화가 경기 완충 역할을 했다.
자동차는 미국 수출이 감소했지만 EU와 CIS 지역 수출이 각각 34%, 52% 증가했다. 선박은 LNG선 중심으로, 방산은 글로벌 무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 화장품과 식품 수출도 K-컬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내년 수출 증가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AI 투자 증가율 둔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비IT 업종 부진 등으로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자동차와 철강은 고율 관세 부담이 지속되고, 석유화학은 유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본원소득수입 증가로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한은은 "상품수지 흑자 확대와 대외순자산 증가가 결합하면서 흑자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면서도 "내년에는 미 관세 영향 확대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유입에 따른 소득지급 증가로 흑자 폭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함께 "AI 혁명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메가트렌드"라며, "반도체 호조가 경기 회복의 버팀목이지만, 과도한 의존은 향후 하강기에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반도체 경기 둔화 시 파급력이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산업 다변화를 통해 수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