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베툭시맙, 아시아인 대상 뚜렷한 효과 입증⋯급여 미적용으로 연간 치료비 1억 원

우리나라는 위암 발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22일 세계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위암 발생자 수는 27.0명으로, 중국(13.7명)의 약 2배, 미국(4.1명)의 약 7배에 달한다.
국가암정보센터는 2022년 기준 2만9487명의 신규 위암 환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매일 81명이 추가되는 셈으로, 유병자 수는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다.
위암은 조기 발견 시 수술할 수 있어 5년 상대생존율이 97.4%로 높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급락한다.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로 퍼진 원격전이 단계인 경우에는 5년 상대생존율이 7.5%로 5대 주요 암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
전이성 위암은 오랜 기간 신약 개발의 불모지였다. 표적 가능한 바이오마커로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형(HER2)이 있지만, HER2 양성 환자는 전체 전이성 위암 환자의 10~15%에 불과해 나머지 환자들은 표적치료 대신 항암화학요법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드디어 지난해 전이성 위암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클라우딘 18.2를 표적하는 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가 등장했다. 클라우딘 18.2는 위암 및 위식도 접합부 암 등에서 특징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로, 환자 3명 중 1명에게 양성으로 나타난다. HER2보다 치료 가능한 환자가 훨씬 많은 바이오마커다.
졸베툭시맙은 임상 3상(SPOTLIGHT) 연구에서 클라우딘 18.2 양성,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이 더 커지지 않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은 위약군보다 25% 낮았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환자군에서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점이다. 아시아 환자들의 PFS 중앙값은 12.55개월로 위약군(8.21개월)보다 4개월 이상 길었고, OS는 21.49개월로 위약군(17.74개월)을 뛰어넘었다.
빌로이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올해 3월 출시됐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9월 유럽종양학회 임상진료지침에 이름을 올렸으며, 미국에는 그해 12월 국립종합암센터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 ‘우선권고요법’ 치료제로 등재되는 등 전 세계 위암 치료의 표준 치료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대한위암학회가 클라우딘18.2 양성+HER2 음성 환자의 1차치료로 ‘최고 수준’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 건강보험 급여에 편입되지 않아 막대한 치료비가 걸림돌이다. 일본은 지난해 3월 허가와 동시에 급여를 적용해 환자들이 연령에 따라 연간 1000만~3000만 원선으로 치료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약 1억여 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김형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위암이 전이된 이후에는 생존기간이 1년 안팎으로 매우 짧다”라면서 “전이성 위암 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가 빠르게 악화하므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신속한 급여화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