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일본 총리, 다자외교 무대서 ‘진땀’
한국과의 관계는 신중한 태도 전망
‘다카이치 노믹스’ 기대감에 일본증시, 이틀째 사상 최고치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오후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해 104대 총리로 선출됐다. 전체 465표 중 237표를 얻었다. 애초 자민당이 의회 과반인 233석에 한참 모자란 196석을 갖고 있던 터라 투표가 1차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제2야당이자 최근 다카이치 총재와 손을 잡은 일본유신회 35석과 무소속 의원 표 일부가 다카이치 총재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평소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대내외에서 리더십을 펼쳤던 대처를 표방하려는 다카이치 총리로선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우선 26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아직 참석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개최국이 지난주 발표한 터라 참석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27~29일께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만큼 다카이치 총리가 아세안 정상회의를 참석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 수도 있다. 대신 31일부터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를 건너뛴다면 APEC 정상회의가 다카이치 총리의 첫 번째 다자외교 무대가 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전임자인 이시바 시게루는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른 정상들이 오고 가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 혼자 앉은 채로 악수를 해 외교 결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이시바 전 총리는 다자외교에서 중요한 부분인 단체 사진 촬영까지 놓치면서 대중과 언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가 되기 전만 해도 극우 성향을 드러내며 보수층을 결집하고 표심을 유도했지만, 최근 일본 총리가 유력해지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 기간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만 해도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절대로 외교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극우 성향으로 온갖 공격적인 언사를 하다가 총리가 된 후 실용주의를 펼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비슷해 보인다.
시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펼칠 ‘다카이치 노믹스’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처음으로 4만9000선을 돌파했고 이날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5만 선에 근접했다.
정국의 불투명함이 해소됐다는 점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칠 거라는 기대감 등이 주가를 떠받쳤다.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적극적인 재정 확장을 예고한 점도 투자자들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