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향하는 특수합금…세아창원특수강의 ‘승부수’ [르포]

세아창원특수강 창원 공장 가보니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미래 먹거리로
밸류체인 진입 제한적이지만 기술·생산라인 고도화 지속
“2030년 항공우주용 특수강 톱5 도약 목표”

▲제강공장 내 1600도 60t 전기로에서 고철 용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세아창원특수강)

거대한 전기로 안에서 쇳물이 요동치며 불꽃이 튀었다. 시뻘건 빛이 시야를 덮치고, 굉음이 귀를 때렸다.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전기로 열기에 안전모 안으로 땀방울이 맺혔다. 20일 찾은 경남 창원 세아창원특수강 공장에서는 용해된 쇳물이 굳고, 달궈지고, 눌리고, 다시 식는 과정이 쉼 없이 이어졌다.

공장 한편에서는 포신의 열처리(퀜칭) 작업이 한창이었다. 섭씨 900도로 달궈진 9m 길이의 붉은빛 포신이 수조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수증기가 천장까지 치솟았다. 급속 냉각으로 소재의 물성을 2~3배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이렇게 단련된 강철은 ‘K-방산’ 대표 수출품인 K9 자주포와 K2 전차의 포신으로 공급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포신뿐 아니라 총열·탄체 소재, 전차 토션바, 다연장포 연소관 등 방산용 특수소재를 생산하며 방산소재 국산화에 앞장서왔다.

▲가공 공정까지 완료된 K방산용 포신 제품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세아창원특수강)

회사는 기존 주력 제품인 스테인리스와 공구강을 넘어, 우주항공·방산 분야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특수합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특히 항공 소재는 고열·고하중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진공 아크 재용해로(VAR)’, ‘전기 슬래그 재용해로(ESR)’ 등의 특수정련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날 찾은 공장에도 해당 설비를 찾아볼 수 있었다. VAR은 진공 상태에서 용존가스를 추가로 제거하고, ESR은 슬래그 필터로 개재물을 포집해 금속 내 불순물을 잡아내는 방식이다. 두 공정은 소재의 기계적 특성을 한층 높인다.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기술연구소장은 “국내에 특수정련 공정을 갖춘 기업이 일부 있지만 생산능력은 미미하다”며 “단조와 압연 등 전 공정을 보유한 일관 체계를 구축하려면 1조 원 가까운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특수합금을 만드는 기업들은 제한된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어 세아창원특수강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수준의 특수합금 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세아창원특수강)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시장은 가격보다 기술력과 품질 신뢰가 경쟁의 절대 기준이다. 그러나 소재업체가 밸류체인에 진입하는 건 쉽지 않다. 글로벌 표준 인증은 물론 티어별 자체 인증을 모두 받아야 하고, 대부분 5~10년 단위의 장기계약(LTA)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다년간의 로드맵을 세워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항공우주 품질경영시스템(AS9100)을 취득했고, 2023년에는 국제 항공 및 방위 계약 업체 승인 프로그램(Nadcap)을 획득했다. 원재료 입고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을 추적할 수 있는 품질경영시스템(QMS) 재정비도 연말 완료가 목표다.

지난해부터 보잉의 인증 공급업체(QPL) 등재 절차를 진행 중이며, 프랫앤휘트니의 LCS(Laboratory Control at Source) 인증 작업에 착수했다. 채 소장은 “빠르면 2027년, 늦어도 2028년까지 주요 OEM 인증을 취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제강 공정을 통해 생산된 특수합금 소재가 품질 검사를 위해 적재되어 있다_1 (사진제공=세아제강특수강)

생산라인 투자와 차세대 기술 확보도 추진 중이다. 1650도를 견디는 초내열합금 기술을 국내 최초로 확보했으며, 프리미엄급 초내열합금 생산을 위한 ‘단결정 정밀 주조용 모합금 제조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주항공용 열처리로 2기와 비접촉 검사 설비도 도입했다.

또한 2027년 상반기까지 타이타늄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같은 해 말까지 2200t(톤) 단조 설비를 5000t급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회사는 향후 3년간 창원공장과 미국 특수합금 생산법인(SST)에 약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및 타이타늄 등의 매출 비중을 20%로 확대해 글로벌 ‘톱5’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채 소장은 “앞으로 1~2년이 굉장히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며 “민간 우주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규격과 인증을 만들어 발전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고, 철강 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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