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상장주식 6조680억 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5330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465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이 대형 기술주와 수출주로 쏠리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시장 내 종목·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연초 대비 50.5%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5.9% 상승에 그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19.4% 상승에 머물렀다. 일본 니케이225지수 상승률은 24.5%였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한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투자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 상위 종목 상단을 지속적으로 차지했고, 자동차·2차전지 업종도 외국인 자금 유입의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외국인 매수 흐름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금감원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정책 방향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 압력 등 외부 충격 요인이 상존한다”며 “외국인 자금이 글로벌 금리·환율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국 증시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된 만큼 특정 업종 쏠림과 파급 경로를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순투자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8월 상장채권 순투자 규모는 791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채 위주의 안정적 투자가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한국 금융시장 내 투자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2.9%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완화되고 미 국채금리가 다소 진정되면서 한국 자산 선호가 높아졌다”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맞물리면서 외국인이 한국을 ‘대안 시장’으로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감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현 자본시장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연기금과 기관 수급 기여도가 약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시장 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지수 상승이 국내 수급이 아닌 외국인 자금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며 “대외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금감원이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