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TSMC의 힘’ 대만 1인당 GDP 22년 만에 한국 추월⋯격차 더 벌어진다

한국, 올해 글로벌 순위 37위⋯대만 35위
AI 열풍ㆍ환율 효과 등에 대만 경제 약진
한국보다 2년 앞서 ‘4만 달러’ 시대도 열 전망

▲대만의 1인당 GDP가 올해 2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이 올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사실상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3년 한국이 대만 GDP를 추월한 이후 22년 만이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와 블룸버그통신ㆍ대만 타이베이타임스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올해 대만 1인당 명목 GDP는 3만7827달러(약 5362만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작년보다 11.1% 증가한 규모다. 반면 한국은 3만5962달러로 전년보다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만 GDP가 한국을 추월한 것은 22년 만이다. 또 앞서 IMF가 4월 예측한 것보다 1년 빠른 것이다. 이에 글로벌 1인당 GDP 순위에서 한국은 작년 34위에서 올해 37위로 하락했다.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3계단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이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수요 폭증, 환율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대만 경제가 약진하고 있다”며 “챗GPT의 등장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등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고속 성장했다”고 짚었다. 대만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기준 8.0%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이 0.6%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올들어 지금까지 미국 달러 대비 대만 달러 가치는 약 6.6% 올랐다.

타이베이타임스는 대만중앙은행 분석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폭증한 AI 수요가 TSMC 중심으로 수출 호황을 만들었고 아시아 ‘부의 서열’을 뒤바꾸고 있다”며 “여전히 1인당 GDP는 싱가포르의 절반 수준이라는 현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목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해당 시기의 통화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이를 인구 수로 나눈 게 ‘1인당 명목 GDP’다. 국민 평균 생산 가치를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각국의 생활 수준 비교에 자주 활용된다.

21세기 들어 대만은 고부가가치 기술산업에 집중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전통 주력산업의 성장 둔화와 원가 상승, 환율 부담 등으로 경쟁력이 다소 약화했다. 대만과 한국 모두 같은 반도체 산업에 주력해왔으나 산업구조 전환 속도에서도 대만이 우리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도 여기에서 나온다.

한국이 자리를 내준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도 자리한다. 저성장과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노동력 감소 △소비 위축 △잠재 성장률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여기에 불리한 환율과 수출 둔화까지 겹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위 바뀜이 단순 수치의 변화가 아닌, 생산성과 산업경쟁력 전반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결국 한국이 사실상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혁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15일 발표한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3년 뒤인 2028년 GDP 4만80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가 이때 열리는 셈이다. 다만 세계 순위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올해 37위에서 내년 38위로 더 하락한 데 이어 2028년 40위, 2029년 41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의 약진이 우리를 앞서는 모양새다.

이와 달리 대만은 성장세 지속 가능성이 크다. IMF는 내년 대만 1인당 GDP를 4만1586달러로 전망했다. 한국보다 2년 앞서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셈이다. 세계 순위도 31위로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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