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타결 우선순위는 '직접 투자 통제'⋯美 양보가 최종 타결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29일 예상)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후속 조치인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한 양국의 논의에 진전이 있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여전하다.
미국은 현재까지도 일본과 합의한 방식의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분할 투자'와 '상업적 합리성' 보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 관세 후속협상은 미국이 우리 측의 입장을 얼마 만큼 수용하느냐에 최종 타결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전날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쟁점이 한두 가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이 투자 방식이라는 핵심 쟁점에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음을 내비친 것이다.
여전히 미국 측은 이번 투자 패키지가 앞서 타결된 일본 모델과 유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투자처를 선정하면 한국이 45일 이내에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투자금을 즉각 집행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미국이 투자처와 시기를 모두 결정하는 '백지수표'를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작년 GDP의 20%) 규모의 직접 투자에 대해 재정 및 외환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분할 투자(할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은 당장 현금이 나가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이나 일부 '대출(loans)'로 채우는 방식이다.
특히 일방적인 투자처 선정을 막기 위해 우리 측은 '상업적 합리성'을 근거로 투자처 선정 과정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입장 차는 협상 전략의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당초 한국 정부가 협상 카드로 제시했던 '무제한 통화 스와프' 요구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린 모양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투자) 스킴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외환 소요가 나올 것"이라며 "이 부분 변동에 따라 통화스와프가 완전히 불가능하다,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 한다면 얼마만큼 해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냐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협상 목표가 통화 스와프 체결 자체보다는 재정 부담이 큰 '직접 투자 규모를 현실적 선에서 통제하는 것'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 전에 최종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고, 미국 역시 자국 산업 부흥을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호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통화 스와프' 요구를 우선순위에서 조정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의 재정 부담을 고려해 분할투자와 투자처 선정(상업적 합리성)에서 일부 실리를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조율되는 것이 최종 타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