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려진 것 처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범죄조직에 이용된 한국 청년 중 일부는 감금·폭행을 당하거나 사망하기도 했다. 대부분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취업 알선’에 속아 현지로 간 뒤, 온라인 사기나 마약 유통,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단으로 전락했다. 범죄인 줄 알면서도 가담한 청년도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도 없다.
이번 사건은 넓게 보면 청년실업과 물질만능주의, 사회 양극화 등 구조적 병리가 응축된 결과다.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는 유혹은 쉽게 파고든다. 취업 시장은 좁고, 비정규직과 단기직이 일상화됐다. 그 속에서 청년들은 ‘성공은 돈으로 증명된다’는 가치관 아래 불법적 모험에 내몰리고 있다. 사회가 청년에게 꿈을 말하면서도 현실의 사다리를 걷어차온 결과인 셈이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외 취업 사기 주의보를 내고, 외교당국이 긴급 구조에 나선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늘 사후적이다. 정작 청년들이 왜 위험한 제안을 합리적 선택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그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보려는 시선은 부족하다.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단절, 연대의 해체가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SNS를 통한 모집은 ‘디지털 착취’의 새로운 형태다. 온라인에서 화려한 성공담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현실의 결핍을 극복하려는 욕망은 범죄조직의 미끼와 맞닿는다. 유튜브·틱톡 등에서 ‘한 달 1000만 원 버는 법’이라는 허황된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 이면에는 강제노동과 감금·폭행, 협박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피해자로 전락한 이들이 무고한 동시대인들을 또 다른 디지털범죄 피해자로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청년 일자리와 사회안전망 확충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범죄예방이자 사회적 투자다. 안정된 일자리, 기본소득, 주거 지원, 지역 기반 일경험 프로그램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돈보다 삶의 의미를, 경쟁보다 공존의 가치를 가르치는 윤리교육이 절실하다.
일부 청년이 스스로 범죄의 유혹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정한 가치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돈이 곧 성공의 조건이 되는 사회에서 청년에게 올바른 선택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공동체가 ‘성실한 노동의 보상’이라는 기본 규범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유사한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청년 절망이 국경을 넘어 그릇된 탐욕과 욕망으로 뒤틀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스로 디지털 범죄자가 돼 사회적 연대를 파괴하는 일을 자처해서야 될 인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처벌 강화나 경고 그 이상이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캄보디아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김동선 에디터 겸 사회경제부장 matth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