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증…젊은 급성 심장사의 주요 원인

이승화 윌스기념병원(수원) 심혈관센터 센터장

▲ 이승화 윌스기념병원(수원) 심혈관센터 센터장 (윌스기념병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선수 시절 별명은 ‘두 개의 심장, 팀의 산소탱크’이다. 손흥민 선수의 동료로 알려진 덴마크 출신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지난 2021년 핀란드와 경기 중 급성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었다. 이처럼 축구와 같은 과한 심폐지구력 운동은 심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매년 100여 명의 젊은 운동선수(35세 미만)가 경기나 운동 중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 중 27%가 비후성 심근증을 앓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비후성 심근증은 명확한 이유 없이 심장의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대부분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벽이 두꺼워지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비대해진 심장 근육이 대동맥으로 나가는 길목인 좌심실 유출로를 막아서 전신에 혈액을 효과적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만 활동해도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져 실신할 수 있다. 또한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내부의 전기회로에 영향을 미치고 차후 심근섬유화로 진행하면서 다양한 부정맥의 유발원인이 되어 심방세동이 발생하거나 심실성 부정맥 등이 발생해 실신이나 급사의 위험이 발생한다.

비후성 심근증의 증상으로는 운동 시 호흡곤란, 피로감, 앉아서 몸을 굽히지 않으면 숨쉬기가 힘든 가좌호흡 등이 특징적이며 흉통이나 실신, 어지럼증, 두근거림 등 다른 심장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심장이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임상 경로로 진행함을 의미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건강검진 등을 통해서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초음파나 MRI 등을 시행하게 되며 MRI 같은 경우는 섬유화 평가를 통하여 예후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심장벽의 두께는 10mm를 넘지 않는다. 고혈압이나 대동맥 판막 협착증 등의 질환이 있으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질 수 있지만 그래도 13mm를 넘기지 않는다. 심장벽의 두께가 15mm 이상이면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하고, 만일 가족력이 있다면 13~14mm라도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약물을 통해 심장박동수를 낮춰 심장이 충분히 이완되어 심장 내에 혈액이 적절하게 채워질 수 있도록 한다. 심장 내 혈류에 심하게 영향을 주는 부위가 있는 경우 근육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 심실 빈맥이 발생하였거나 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술하기도 한다.

비후성 심근증은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가족력이 의심된다면 심초음파나 심전도검사 등을 통해 검사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근육수축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진단 후에는 가족에 대한 선별검사도 필요하다. 그리고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꾸준하게 지속하고 저염식과 금주, 금연, 그리고 가벼운 운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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