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이 또 하나의 도시형 복지 실험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5억 원 후원을 받아, 문을 닫았던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해 '공공형 키즈카페'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이 공간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부산이 표방하는 ‘당신처럼 애지중지’ 육아정책의 상징이자 민관 협력 복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남구 용호동 옛 동산어린이집 자리에 ‘공공형 키즈카페 및 우리동네 사회가치경영(ESG) 센터’를 조성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벤츠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마라톤 기부 행사 '기브앤 레이스(Give & Race)'를 통해 마련된 후원금으로 추진된다.
이후 설계 용역과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2026년 하반기 문을 연다.
공공형 키즈카페는 아이들을 위한 실내외 놀이·체험공간은 물론, 환경교육과 세대통합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단순한 육아 지원 공간을 넘어 노인 일자리와 친환경 교육이 결합된 '세대이음 플랫폼'으로 기획된 점이 특징이다.
부산형 친환경 노인일자리 사업인 ‘우리동네 ESG 센터’가 함께 참여하면서, 노년층이 돌봄 보조나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모델이 도입된다.
아이와 어르신,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폐원어린이집'이다. 출생률 감소와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보육시설은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부산만 해도 최근 5년간 100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그중 상당수는 공공부지 위에 세워져 관리비만 지출되는 ‘유휴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를 다시 돌봄 인프라로 되살리는 시도의 첫 사례가 바로 이번 사업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부터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선언하며, 부산형 육아정책 브랜드 '당신처럼 애지중지'를 출범시켰다.
이 정책은 △온종일 돌봄 △부모부담 제로 △다함께 놀자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육아·교육·일자리 정책을 통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공공형 키즈카페는 그 상징적 사업 중 하나다.
특히 기업이 후원자로 참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지역 친환경·돌봄 생태계 조성이라는 ESG 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기부문화가 지역 복지 인프라와 직접 연결되는 모델로서, 지방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협업이 ‘사회적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박설연 부산시 여성가족국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실제 생활정책으로 연결되는 좋은 선례"라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한 도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시설 개소를 넘어선다.
첫째, 저출생 시대의 지역 대응 모델로서, 지방정부가 지역 자원을 재활용해 돌봄 인프라를 자급화한다는 점이다.
둘째, 민관 협력의 지속가능성이다. 일회성 기부로 그치지 않고, 기업이 사회가치 창출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제도화할 가능성을 열었다.
셋째, 세대 통합의 실험장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에서 어르신들이 돌봄과 교육을 함께하며, 지역 공동체가 복지의 주체로 나선다.
이제 과제는 '확산'이다.
현재 부산시는 영주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해 ‘우리동네 ESG 센터’ 5호점을 개소했고, 남구·북구·부산진구 등에서도 폐원어린이집을 활용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델이 정착되면, 폐원 시설은 더 이상 방치된 공간이 아닌 ‘아이와 지역이 다시 만나는 곳’으로 바뀔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더 이상 한 가정의 일이 아니다.
지역이, 사회가 함께 품어야 한다.
부산이 '공공형 키즈카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실험은, 지방정부가 어떻게 공동체적 돌봄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