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티켓팅 전쟁

예매율 99%라는 숫자가 뜰 때까지 대기열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오열이 들려왔습니다. 이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 건 입장도 전에 올라온 ‘표팔이’ 때문이었는데요. 정가보다 4~10배 비싼 가격을 써 놓고 “저렴하게 양도”라는 판매 문구를 적은 그 관대함(?)이 기막힐 지경이었죠.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예매가 시작된 15일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1·2차전 예매가 열리자 대기 인원은 15만 명을 넘겼고 예매창이 뜨기도 전에 ‘매진’ 알림이 떴습니다. 표를 손에 넣은 팬은 극소수였죠. 그날 팬들이 마주한 건 상대팀이 아니었는데요. 이겨야 할 상대는 너무 거대했습니다.


인터파크 티켓(NOL·놀 티켓) 오픈 후 수분 내에 전 좌석이 소진됐고 상당수 이용자는 좌석 선택 화면조차 보지 못했죠. 판매는 전량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1인 최대 4매 제한, 취소분 일부를 제외하곤 현장 판매가 없다는 조건이었는데요. 하지만 예매 시작 불과 30분 뒤 티켓베이, 중고나라 사이트에는 플레이오프 티켓이 넘쳐났습니다. 정가 13만 원인 VIP 테라스석은 1장에 50만 원, 정가 5만5000 원인 1루 내야지정석A는 20만 원대, 정가 2만5000원인 외야지정석은 20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다수 게시됐죠. ‘입금 즉시 전송’, ‘PIN 코드 거래’ 등 규격화된 문구와 함께 최고가는 100만 원까지 나왔는데요. 심지어는 휠체어석까지 그들의 손에 들어갔죠.
이 당황스러운 가격에도 가을야구를 손꼽은 팬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그 가격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거래 수십 건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예매 시작 10분 만에 ‘그들만의 시장’이 형성됐죠. 이들에게 티켓은 가을야구를 즐기고 싶은 팬의 마음이 아닌 ‘상품’이었습니다.


올해 암표 수요가 유난히 과열된 배경에는 낭만 서사가 있는데요. 한화 이글스는 2018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복귀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죠.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시즌 4위로 출발해 3위 SSG 랜더스를 꺾는 업셋을 연출했는데요.
전통적 인기 구단인 두 팀의 맞대결은 지역 팬덤과 원정 수요를 동시에 폭발시키며 좌석 수용 한계를 단숨에 넘어서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예매 대기열이 ‘수십만’ 단위로 치솟은 반면 취소분을 제외한 추가 물량이 거의 없는 구조에서 암표 수요 전이가 더 가팔라진 셈이죠.
문제는 단속 체계의 실효성이 수요 폭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올해부터 AI 기반 모니터링을 도입했음에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프로스포츠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8월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5만9000여 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최근 5년간 누적 의심 사례 45만7000여 건 가운데 실제 제재로 이어진 비율은 0.85%(3917건)에 그쳤습니다. 좌석번호가 식별되는 경우에 한해 예매 취소나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는 운영 원칙, 캡처·문구 위주의 익명 게시 관행, 플랫폼 간 교차 거래가 늘어난 환경이 맞물리며 실집행률이 낮게 유지된 결과인데요. 플랫폼별 편중도 뚜렷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신고에서 티켓베이 비중이 78.7%로 가장 높았고 종목별로는 KBO 관련이 97.1%에 달했습니다.
법적 장벽도 존재하죠.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제47조의2는 ‘매크로 등 자동화 수단을 이용한 부정 예매’에 초점을 맞춘 처벌 조항으로, 자동화가 입증되지 않은 개인 간 웃돈 거래는 직접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는데요.

공연법 역시 ‘부정 판매 방지 노력’ 의무를 규정할 뿐 벌칙 조항이 없어 플랫폼·개인에 대한 실질 제재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그 사이 시장은 ‘사업형’ 전매 구조로 고도화됐죠.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티켓베이 거래의 상위 1%(441명)가 처리한 건수만 12만2745건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했는데요. 결국 소수 고빈도 판매자가 거래를 사실상 주도하는 구조인 거죠. 올해 포스트시즌 개시와 함께 이들 계정의 활동이 재판매 시세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정황이 팬 커뮤니티 캡처에서도 다수 확인되는데요. 물론 팬들의 격한 분노는 당연한 순서입니다.
거기다 ‘계열사표’도 변수인데요. KBO 포스트시즌은 구단·후원사·협력기관 등에 계약에 따라 일정 물량이 배정됩니다. 이 물량은 원칙적으로 내부 행사·초청·홍보용으로 사용되며 일반 예매 창구에 선공개되지 않죠.
문제는 일부 내부 배정분이 개인 간 거래를 통해 2차 시장으로 유출되는 사례가 벌어지는 건데요. 회사 복지·행사용으로 배정된 티켓이 개인 명의로 넘어간 뒤 웃돈 거래로 전환되는 경우, 형식상 ‘개인 양도’로 분류돼 현행 법·지침으로는 추적·환수와 처벌 모두 쉽지 않죠.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는 너무나 귀한 표가 돼 암표의 희소성과 가격은 더 빠르게 치솟게 됩니다.
팬들을 더 울분 터지게 하는 점은 따로 있는데요. 이 암표상과 업자의 행태가 팬심을 직접 자극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죠. 올해 5월 한 재판매자가 블로그에 ‘한화 볼파크에서만 월 1,500만 원 수익’이라는 게시물을 올려 본인의 거래 내역과 수익 추정치를 공개했는데요. 같은 달 커뮤니티에는 포스트시즌 좌석이 정가 대비 최고 10배까지 거래된 다수의 캡처가 공유됐죠.
포스트시즌 예매를 맡는 공식 창구(NOL티켓)에서 취한 1인 4매 제한, 전량 온라인 판매, 당일 일부 취소분 현장 판매라는 안전장치가 무색한데요. 매크로·다계정·선점 후 전매 패턴이 상시화된 시장에선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해외 주요 리그는 이미 재판매 제도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켰는데요.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구단별 공식 리셀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를 허용하되, 거래 이력을 인증받은 이용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19년 ‘티켓부정전매금지법’ 시행 이후 상습적인 웃돈 판매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암표 거래가 급감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매크로 단속 외에는 명확한 제재나 공식 리셀 제도가 없어, 비공식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사실상 방치 수준이죠.
한 장의 표를 정가로 사는 일이 ‘운’이 돼버린 현재. 프로야구의 양적 질적 흥행을 가로막는 너무 강력한 벽이 되고 있는데요. 가을야구를 향한 낭만이 암표 프리미엄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팬심을 보호하는 구조가 필요한 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