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이사 30%는 임계치…리턴십·멘토링 상시화로 파이프라인 확장"

국내 금융권 최초의 '여성금융인 헌장'이 공개됐다. 여성 리더십을 '선언'에서 '제도'로 전환하는 금융권의 첫걸음이다.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는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여금넷)와 함께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외 여성 리더 18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에밀리아 가토(H.E. Emilia Gatto) 주한 이탈리아 대사, 자크 플리스(H.E. Mr. Jacques FLIES) 주한룩셈부르크대사, 제니퍼 바커(Jennifer Barker) 30%클럽 글로벌 의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종재 이투데이그룹 부회장, 김상경 여금넷 회장 등 내외빈들이 참석했다.
원 장관은 축사에서 "금융처럼 여성의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 분야는 정부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하고 현장과 깊이 소통하면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개회사에서 "유리천장은 금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출범 10주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선언을 실행으로 옮기고 30%클럽과의 협력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형 여성금융인 헌장'을 발표하며 각 금융회사가 여성 임원 목표를 정하고 성과를 매년 공개, 달성 정도를 경영진 보상·승진에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숫자·공시·책임으로 굴러가는 거버넌스를 업계 표준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기조연설에 나선 바커 의장은 '여성 이사 30%'를 기업 문화를 바꾸는 임계치로 제시하며 "여성 리더십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상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단절 복귀 프로그램과 관리자 책임평가 연계를 통해 숫자 증가가 아니라 권한과 성과의 이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한국형 여성금융인 헌장'을 업권 표준으로 안착시키는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실행 과제가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채용부터 육성, 승진, 승계까지 전 과정을 성별 지표로 관리하고 분기별 점검과 외부 검증을 병행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력단절 인재가 다시 리더십 트랙에 올라탈 수 있도록 '리턴십'을 상시 운영하고 현직 관리자와의 멘토링·스폰서십을 체계화해 임원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키우자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형미 SC제일은행 부행장은 "승진·보상·평가·승계·채용 등 인사(HR) 전 과정에 다양성과 포용을 반영해 제도화해야 한다"며 "관리자 평가와 조직 목표에도 이를 세부 지표로 넣어 현장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감대 속에 금융권은 다소 느리지만 여성 리더십을 제도화 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다양성 소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시 체계 정비를 검토 중이다. 증권·카드 업권에선 사업부 책임자급부터 다양성 지표를 성과평가에 연동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정책과의 연계도 과제로 떠올랐다.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위원회와 내부감사기구의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표준화한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비교·평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 결과가 보상·승진에 반영되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다양성 거버넌스가 조직의 일상적 운영 원리로 작동한다는 판단이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월가의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여성 임원 30% 목표는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