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
대미 투자·관세 협상 후속 논의에 힘 실릴 듯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Mar-a-Lago)’ 리조트로 집결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열린 ‘스타게이트(Stargate)’ 관련 글로벌 기업 회동에 참석하는 이번 행보는 단순한 AI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총수들의 미국행이 한미 간 대규모 투자 및 관세 협상의 ‘막판 지원 사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손정의 회장의 초청을 받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는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TED)’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했으며, 최태원·구광모 회장은 각각 한국에서 출발했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도 곧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이번 모임을 통해 자신이 추진 중인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픈AI, 오라클 등과 함께 미국 전역에 초대형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 LG, 한화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의 협력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번 행사는 남아공 출신 전설의 골퍼 개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마련됐지만, 실상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첫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 회동의 성격이 짙다.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전 세계 70여 개 기업의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17일부터 19일까지 마러라고를 찾아 주요 기업인들과 골프 회동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등 한국 기업 총수들과 직접 만찬 혹은 라운드 미팅을 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재계에선 대규모 투자 약속을 한 한국 기업들과 개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특히 관세 인하 지연으로 수조 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설득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한미 간 투자 약속 관련 주요 이견이 해소되고 있으며, 향후 10일 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국이 추진 중인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자금 운용 방식과 세제 인센티브 세부안을 둘러싼 협상이 사실상 막판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마러라고에서 기업인들과 만나는 것도 이러한 협상 국면을 조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이미 글로벌 대규모 투자 발표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손정의 회장은 트럼프 당선 직후 이곳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에도 트럼프 재선 직후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밝혔다.
올해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부동산 개발업체 다막(DAMAC)의 후세인 사즈와니 회장이 최소 2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으며, 엔비디아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이후 최대 5천억 달러 규모 AI 생산 인프라 계획을 공표했다.
결국 이번 마러라고 회동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라는 기술 담론과 ‘관세 협상’이라는 통상 현안이 교차하는 전략적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구체화함으로써 관세 완화 명분을 강화하고, 미국은 이를 동맹국 산업 연계의 성공 모델로 내세우려는 계산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후 ‘아메리카 퍼스트 2.0’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산업을 키운다는 점에서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며 “결국 이 회동이 관세 해소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