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량 있는 스타트업 많고 R&D 속도가 빨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R&D) 리스크와 비용이 매우 높은 산업군으로 꼽힌다. 하나의 신약이 상용화되기까지 평균 10년 이상, 수천억 원에서 1조 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다. 단일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대기업·스타트업·학계·병원·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성공적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기본 토대로 작용한다.
한국로슈는 1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스위스 바젤시, 주한 스위스 대사관과 함께 헬스케어 분야의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사례, 바이오헬스 거점 도시 육성 전략 등을 공유하며 성공적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나딘 올리비에리 로자노(Nadine Olivieri Lozano) 주한 스위스 대사는 “스위스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1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국가”라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 산업계와 학계 간 긴밀한 협력이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헬스 기술력은 스위스의 정밀의료 분야와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양국 간 교류가 강화되면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바젤은 인구 17만 명 규모의 도시지만, 로슈와 노바티스를 비롯해 700여 개 생명과학 기업이 밀집해 있다. 약 3만2000명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며, 스타트업과 대기업, 학계, 병원이 함께 어우러진 초고밀도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 바젤시와 바이오·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맺고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콘라딘 크라머(Conradin Cramer) 스위스 바젤 시장은 “바젤은 유럽의 대표 바이오 허브로, 세계 수준의 연구기관과 산업 네트워크가 도시 전역에 연결돼 있다”며 “혁신은 한 도시나 한 나라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에서 나온다. 서울과 바젤은 역동성과 개방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도시 간 협력이 글로벌 혁신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현 주한 스위스 대사관 과학기술협력실 부실장은 “바젤은 인구 대비 특허 및 논문 수 세계 1위의 생명과학 도시로, 초밀집형 혁신 생태계를 갖춘 대표적인 사례”라며 “한국과의 공동 연구 및 스타트업 교류가 양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슈 아시아 파트너링 헤드 함얀 보겔드(Harm-Jan Borgeld)는 “로슈는 전 세계 매출의 60% 이상을 외부 파트너링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 혁신의 절반 이상은 외부에서 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역량 있는 스타트업이 많고 R&D 속도가 빠른 시장”이라며 “로슈와 같은 빅파마와 협력하려는 기업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특허 전략과 제조·생산 계획 등 실질적 실행 역량을 갖춰야 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단일 계약당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을 제공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각 도시가 자체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토프 클뢰퍼(Christof Klöpper) 바젤 투자청 대표는 “성공적인 클러스터 구축 요건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과 같다”며 “탄탄한 연구역량, 국제적 비즈니스를 수행할 인재, 원활한 자금 흐름이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될 때 글로벌 바이오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자트 아젬(Ezat Azem) 한국로슈 사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혁신을 수용하고 적용하는 속도 또한 빠르다”며 “글로벌 생태계와 연계된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이 국제적 바이오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협력과 파트너십이 혁신의 촉매이자 생태계를 움직이는 에너지”라며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