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비롯해 한국 사회의 맥락을 읽는 책들에 관심 커져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쾌거 이후 K-문학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각국의 출판 관계자들은 한강의 뒤를 잇는 차세대 한국 작가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자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한국 부스를 찾았다.
1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에서 만난 김환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케이북수출지원팀장은 "손원평을 비롯해 박상영, 정보라, 천선란 등의 작품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그림책이나 아동용 학습 도서 등이 주로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면, 이제는 소설도 한국 문화의 깊이와 정서를 담은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올해 도서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출판진흥원은 국내 출판물의 해외 홍보를 위해 수출상담관을 마련했다. 수출상담관에는 문학동네, 창비, 미래엔, 웅진씽크빅, 위즈덤하우스, 문피아, 더핑크퐁컴퍼니 등 문학부터 아동·그림책 및 장르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국내 15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특히 열림원은 단독으로 부스를 마련해 자사에서 출판한 한국 문학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했다. 올해 5월 열림원은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신작 '아이들의 집' 등을 펴내는 등 문학 분야 출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진우 열림원 기획실장은 "정보라, 김초엽을 비롯해 이서현, 고선경 등 젊은 작가들의 책이 큰 관심을 얻고 있다"며 "이들의 작품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한국 사회의 현실과 보편적 인간 정서를 세련된 문체로 풀어내며 해외 출판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SF, 판타지, 퀴어문학 등 다양한 소재와 시각이 결합한 작품들이 한국 문학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강 이후 K-문학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진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목소리를 세계 시장에 소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K-문학을 비롯해 한국학이나 한국 사회 전반을 다룬 인문서 홍보에 주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한국의 음식·가옥·복장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관심이 급증하면서 그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도서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출협 부스에서 만난 한 프랑스 출판 관계자는 "평소 일본 만화에 큰 관심이 있었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계기로 한국적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들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라며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나 소설 등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부스를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면서 해외 출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그 배경과 정서를 알고자 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케데헌'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괴물 백과'(워크룸프레스),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생각비행), '기기묘묘 방랑길'(다산책방) 등 한국 전통 신화와 관련한 책들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석현혜 서울국제도서전 기획홍보팀장은 "최근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배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도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을 접한 독자들이 문학과 인문서를 통해 더욱 폭넓게 한국을 이해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작가들의 섬세한 서사와 철학적 주제 의식이 세계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적 흐름을 발 빠르게 반영해 문학·인문서 모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