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미중 패권 경쟁 우려 뚫고 역대 최고치…‘파월 훈풍’ 반응했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 지수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재확산 우려에도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5.47포인트(pㆍ2.68%) 오른 3657.28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에는 한때 3646.77까지 치솟으며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급락한 채 종료했다. 이날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종가 기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날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3011조9081억 원을 기록했다. 연초 1963조4543억 원에서 출발해 53% 넘게 급증했다.

이날 지수 상승을 견인한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634억 원, 7522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9719억 원어치를 팔았다. 이날 1.98% 상승 마감한 코스닥지수도 외국인(373%)과 기관(534억 원) 자금이 유입된 영향을 받았다.

반도체 업종이 지수 상승에 힘을 실었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82%, 2.79% 뛰었다.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3분기 깜짝 실적 효과를 이어가며 한미반도체(10.33%), 대덕전자(4.62%), 제주반도체(3.68%) 등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종목에도 온기가 퍼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9만5000원으로 마감하며 정규장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삼성바이오로직스(9.74%), 두산에너빌리티(9.37%) 등의 수익률도 눈에 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가의 3분기 호실적 전망의 영향을 받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와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자금이 들어왔다.

전날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 리스크가 부각하며 하락했던 방산주도 소폭 상승했다. 한화시스템(3.69%)을 비롯해 한화오션(1.94%), 현대로템(5.69%), HD현대중공업(2.22%) 등이 일제히 올랐다.

미중이 무역 패권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코스피가 긍정적 흐름을 이어간 상황이다. 증권가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준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 종료를 시사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연례회의 연설에서 “은행 시스템 내 준비금이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면 자산축소를 멈출 계획”이라며 “그 시점이 향후 몇 달 안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양적긴축의 구체적 종료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변수는 전날 선반영 됐으며 연준발 유동성 개선 기대감에 반등세가 연출됐다”며 “실적 시즌에 진입한 만큼 견조한 펀더멘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미중 신경전 따른 변동성은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9.7원 내린 1421.3원을 기록했다. 4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연준의 양적긴축 종료 시사와 함께 한미 관세 협상 기대감,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세 등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