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은 언덕, 시장은 스스로 서게 해야”

국내 주택시장이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라는 양극화의 벽에 갇힌 가운데,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장의 매수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매수청구권(풋옵션) 민관협력 모델’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됐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안도걸·정준호·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한국도시부동산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주택시장 양극화 및 미분양 주택 해소방안—AI 신기술과 구조화를 통한 민관협력 모델’ 정책세미나에서는 지방 미분양 누적과 지역 간 시장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민관협력형 대안이 논의됐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한쪽(수도권)은 집값 급등으로 과열됐고, 다른 한쪽(지방)은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며 “단기적으로 봤을 때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미분양 물량을 흡수해 양질의 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면 미분양과 집값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매수청구권 민관협력 모델’을 “획기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평가하며 “민관이 참여하는 주택매입기구를 통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면 적은 공공자금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매수청구권이 실제 행사될 경우 해당 물량이 임대주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소셜 믹스(사회적 혼합)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정부는 적은 돈을 들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 모델을 말했고, 같이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의 구체적 구조는 황우곤 전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의 발제에서 소개됐다. 황 전 자문위원은 “미분양 주택의 발생률은 수요자 매수 심리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공식 통계상 미분양 주택은 약 7만 가구지만, 실제로는 비공식 집계를 포함하면 16만 가구, 금액 기준으로는 약 70조 원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정부 대책은 대부분 공급자 중심 정책으로, 재정 투입이 과중하고 가격 협상도 경직돼 있다”며 “무엇보다 수요자의 매수심리를 되살리지 못한다는 점이 근본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AI 기반 매수청구권’ 민관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에게 일정 시점 이후 분양가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실수요자의 불안을 줄이는 구조다. 주택매입기구는 민간과 공공이 공동 출자하고, 이 권리가 행사될 경우 리츠(REITs)를 통해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사업을 운영하며 시장 회복기에 순차적으로 매각한다.
황 전 자문위원은 “이 방식은 공공이 직접 매입하지 않고 ‘출자 확약’ 중심으로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재정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1~3% 수준의 수수료로 수요자의 리스크를 헤지하고, 시장의 신뢰를 복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 실증 사례에서도 매수청구권 도입 후 8개월 만에 분양률이 주변 단지 평균치를 넘어섰다”며 “매수청구권이 심리를 살리고, 심리가 시장을 살린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황 전 자문위원은 “매수청구권 기반 위탁관리리츠에도 과세 특례를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분양 시 분양받는 개인 실수요자들이 소유한 주택은 기업이 보유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미분양 리츠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세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전 자문위원은 “HUG 환매조건부 매입, LH 직매입, CR리츠 등 기존 미분양 정책은 모두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 정책”이라며 “매수청구권 기반 민관협력 모델은 그 반대로, 수요자 중심으로 접근해 공공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시장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부문의 모든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공공은 최소한의 언덕이 돼 시장이 수요 심리를 회복하게 해야 한다”며 “미분양의 30%만 재분양으로 흡수돼도 자금 순환의 흐름이 살아나 시장 회복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