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빅4, 실적 바닥 탈출 아직…사업 재편 지연 속 탈출구는

▲여천NCC 전경. (사진= 여천NCC)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3분기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주문한 구조개편안의 실질적 진전도 더디기만 하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중 두 곳은 올해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 컨센서스는 이날 기준 롯데케미칼의 경우 매출액 4조6112억 원, 영업손실 1299억 원이고, 한화솔루션은 매출액 3조3510억 원, 영업손실 1407억 원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와 설비투자 감축 등을,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소재 등으로 실적 방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석유화학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적 반등 여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나마 LG화학은 매출액 10조8305억 원, 영업이익 5607억 원으로 추정돼 비교적 선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의존도가 높은 영향이고 석유화학 부문 자체의 수익성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산 저가 공세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타격이 컸던 3분기 실적 부진도 사실은 예견된 결과”라고 말했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자 사업을 정리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SKC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기업 PIC와 공동 설립한 석유화학 원료 생산업체 SK피아이씨글로벌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강조하는 구조조정안과 관련해서는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정유사와 석유사 견해차가 커 3개월도 남지 않은 마감 시한을 앞두고도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지 않아서다.

앞서 정부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 10곳에 올해 연말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규모를 최대 25%(연 375만 t(톤)) 줄이기 위한 각사별 사업 재편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여수와 대산, 울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에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수에서는 GS칼텍스와 LG화학,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에틸렌 생산능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여수 산업단지는 감축량이 큰 데다 이해관계까지 복잡해 다른 두 산단에 비해 통합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 산단의 경우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에쓰오일(S-Oil)의 샤힌프로젝트가 변수다. 샤인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연산 180만t 규모의 에틸렌이 생산되는데 이 경우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약 15%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 재편 노력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샤힌프로젝트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