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 가상자산 압류
천즈 회장 도주 중⋯유죄 판결시 최대 40년 징역형
미국인, 작년 동남아 온라인 사기로 최소 100억 달러 잃어
캄보디아 금융대기업 후이원도 제재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영국과 공조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본사를 둔 ‘프린스그룹’을 전 세계에 피해자를 양산한 온라인 사기 조직으로 규정하며 ‘국제 범죄 조직’으로 지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한국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해 감금한 뒤 강제로 범죄에 가담시킨 조직의 잔혹한 범행이 충격을 주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도 자국민 피해에 따른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치에 따라 프린스그룹은 미국의 기업ㆍ개인과 거래가 금지되고, 거래 시 제재 대상이 된다. 미국 내 보유 자산은 모두 동결된다. 동남아 사기 그룹에 대한 역대 최대 제재라고 WSJ는 전했다.
또한 미국 법무부는 별도로 프린스그룹의 천즈 회장을 기소하고 사기, 자금세탁 혐의와 관련된 비트코인 150억 달러(약 21조 원)어치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압류이다.
천 회장은 현재 도주 중이며, 유죄 판결 시 최대 4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프린스는 캄보디아 내에 10개 이상의 사기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범죄자들은 피해자와 온라인상에서 신뢰 관계를 쌓은 뒤 가짜 투자나 연애 사기로 돈을 빼앗았다. 이 방식은 ‘돼지 도살’이라고 불리는데, ‘도살’ 전에 피해자를 ‘살찌우듯’ 유혹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 단지들은 범죄를 뒷받침하기 위한 돈세탁·기술·인력 공급 산업까지 구축됐다. 프린스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섹스토션(sextortion, 성착취 협박), 부패, 불법 도박, 인신매매 등을 통해서도 이익을 챙겼다.
이러한 대규모 사기 단지는 동남아 전역으로 퍼졌으며 캄보디아는 주요 거점으로 부상했다. 미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이 동남아에서 비롯된 사기로 잃은 돈은 최소 1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것이다.
재무부는 프린스가 이러한 사기 수익으로 부동산ㆍ엔터테인먼트ㆍ은행업 등 다양한 산업에 걸친 거대 사업 제국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웹사이트에 따르면 프린스는 프린스은행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놈펜 중심부에 47층짜리 타워를 건설 중이다.

제재 명단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 등록된 관련 법인도 포함돼 있다. 천즈의 호화 요트 역시 싱가포르에 등록된 회사가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천즈가 사기 수익으로 피카소 그림을 뉴욕 경매장에서 구입하고, 개인 제트기, 별장, 호화 여행 등을 즐겼다고 전했다.
천즈와 프린스 임원진은 여러 나라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고, 뇌물을 제공해 범죄 비즈니스를 보호했다고 미 법무부의 기소장은 설명했다.
천즈 회장은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캄보디아 시민이 됐으며 자신 명의의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캄보디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미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와 함께 캄보디아 소재 금융서비스 대기업 후이원그룹을 미국 금융체계에서 차단하는 조치도 확정했다. 앞서 5월 후이원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 그 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후이원 그룹은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이 사기·탈취를 통해 확보한 가상자산 자금을 수년간 세탁해왔으며, 특히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자금을 세탁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후이원 그룹은 2011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최소 40억 달러의 불법 자금을 세탁했으며 이중 3700만 달러는 북한이 해킹한 가상자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