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공동 주최자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있게 한 주역들

지난 10년, 여성금융인의 리더십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남성 위주로 굳어져 있던 유리천장을 힘차게 뚫고 올라선 여성 리더들이 있었다. 국내 금융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녀들'은 위기 속에서도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고, 전통으로 포장된 틀을 부수고 혁신을 설계해왔다.
이투데이와 (사)여성금융인네트워크(여금넷)가 함께 여는 ‘2025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는 바로 그 10년의 궤적을 기념하며,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를 맞아 국내 금융산업의 최전선에서 유리천장을 넘어선 15인의 여성 리더를 통해 ‘한국형 여성 리더십’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이들은 여금넷과 함께 지금의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를 있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금융회사의 여성 임원 존재감은 한층 뚜렷해졌다.
이민경 NH농협카드 사장은 1986년 농협중앙회 입사 이후 NH농협은행 지점장, WM사업부장,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을 거쳐 올해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 현장과 전략을 모두 아우르는 균형감 있는 리더십으로 농협카드 첫 여성 CEO라는 기록을 세웠다.
박선현 KB국민은행 부행장은 1993년 입행 후 자양동지점장과 중앙지역그룹 대표 등을 거쳐 강북지역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승진, 현장 영업의 정통성과 조직 통합력을 겸비한 리더로 꼽힌다.
소비자 보호와 윤리경영의 최전선에는 박현주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CCO)이 있다. 그는 1983년 입행 후 지점장, 마케팅부장, 외환업무지원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에는 CCO로서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옴부즈만제도와 고객자문단을 운영했다. ‘신한 슈퍼SoL 금융안심보험’을 전 국민에게 무료 제공하고 금융소비자 교육센터인 ‘신한 학이재’를 설립해 사회적 가치 확산에도 힘썼다.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함께 설계하고 있는 여성 지도자들도 있다.
김미숙 하나금융그룹 인사총괄 부사장은 1999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프라이빗뱅킹(PB), 연금사업, 인사전략 등 여러 영역을 아우르며 성장했다. 2023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형미 SC제일은행 부행장의 경우 2005년 입행 후 한국과 홍콩, 중국을 오가며 줄곧 인사전략과 변화관리를 담당해왔다. 2023년 인사그룹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다양성 기반의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오은선 기업은행 부행장은 1990년 입행 후 남동중앙지점장, 외환사업부장, 강남지역본부장,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 등을 거쳐 올해 자산관리그룹장으로 승진했다. 고객 중심의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혁신 등 기술 영역에서도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김혜곤 수협은행 부행장은 수협중앙회 IT(정보기술)지원부장, DT(디지털전환)본부장 등을 거쳐 2024년 IT그룹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마이데이터,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개편, 콜센터 고도화 등을 통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며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조경선 신한DS 고문은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목동하이페리온지점장, 일산문촌지점장, 용암동지점장을 거쳐 디지털개인부문 겸 개인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2022년 신한DS 대표로 취임한 이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외부 프로젝트인 현대백화점카드 차세대 시스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하며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구축 역량을 입증했다.
투자와 자산운용 분야에서는 홍라정 APC PE(사모투자) 대표와 오세임 RG자산운용 준법감시인이 대표적이다. 홍 대표는 교보증권과 포스코기술투자를 거쳐 2016년부터 APC PE를 이끌며 PE 시장의 드문 여성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오 준법감시인은 골드만삭스·NH투자증권 등에서 35년 경력을 쌓아왔다. 2017년 미래여성인재 양성 유공자로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여성 리더십 양성에도 기여했다.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확장해온 인물들도 있다.
김세진 학교법인 정의학원 감사는 1977년부터 한국산업은행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부터 정의학원과 바롬장학회 등 교육기관에서 오랜 기간 봉사해왔다. 2009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중소기업 육성 공로로 표창장을 받으며 금융의 사회적 가치를 몸소 실천했다.
김유니스 전 이화여대 교수는 하나금융 부사장,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프랭클린템플턴 부사장을 거친 뒤 학계로 옮겨 윤리·법률 리스크 분야를 연구했다.
글로벌 금융무대에서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20년 선임된 박현주 뉴욕멜론은행(BNY) 한국 대표는 씨티은행, HSBC, SC제일은행을 거쳤다. 2018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직장 내 성 평등에 기여한 세계 100대 여성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금융산업의 다양성 논의에 한국의 목소리를 더하기도 했다.
왕옥결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 대표도 청도·도쿄 등 주요 해외 거점을 거쳐 2022년 서울지점 대표로 부임, 한·중 금융 교류의 실질적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변화의 바람을 선도한 리더가 등장했다.
모재경 라이나손해보험 대표는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글로벌뱅킹부문 매니저, AIG손해보험에서 금융보험과 기업보험을 담당, 라이나손보에서 기업보험, 대리점채널사업을 총괄했다. 2023년 라이나손보 대표로 취임한 후 차별화된 상품 전략과 영업 채널 강화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이들 여성 리더는 모두 각기 다른 분야에서, 그러나 한 방향으로 한국 금융의 미래를 향해 걸어왔다. 10년의 세월 동안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선 리더십으로 산업의 구조를 바꿔온 그들의 발자취는, 2025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제안될 ‘한국형 여성금융인 헌장’의 뿌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