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년 이상 주택 장기보유자들 매도 나서...“똘똘한 한채 갈아타기?”

9월 서울 장기보유자 매도 1260명 ‘역대 최대’…강남·송파 집중

서울 지역에서 20년 넘게 주택을 소유해 온 장기보유자들이 최근 급격히 주택 매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며 배경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달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매도한 이들 중 보유기간이 20년이 넘는 매도인은 126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3월(1124명)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서울에서 '보유기간 20년 초과' 매도인은 올해 1월 560명을 기록한 뒤 2월 777명 등 점차 오름세를 보이다가 6월 1108명, 7월 1109명, 8월 1100명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발표된 6월 이후부터 수가 급증했다.

집합건물의 보유기간이 15년 초과 20년 이하인 매도인도 함께 늘었다. 서울에서 '보유기간 15년 초과 20년 이하' 매도인은 올해 1월 505명에서 6월 967명, 7월 1009명, 8월 904명, 9월 1050명 등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중에서도 특히 강남3구에서의 장기보유자들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기준 서울 자치구들 중 20년 초과 장기보유 매도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110명)로, 전체(1260명)의 8.7% 수준이었다. 이어 송파구가 104명(8.3%)으로 그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지역에서도 20년 초과 보유 집합건물 매도인 수는 하반기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1월 509명을 기록한 이후 △2월 659명 △3월 619명 △4월 800명 △5월 813명 △6월 988명 △7월 1050명 △8월 1025명 △9월 1122명 등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15년 초과 20년 이하' 보유자들 중 매도인 역시 올해 1월 678명에서 지난달 1254명까지 크게 확대됐다.

이처럼 서울, 경기 지역에서 올 하반기 들어 15년 이상 집을 갖고 있던 소유자들이 매매에 나선 것은 최근 이어진 집값 상승세와 일명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상반기부터 강남 지역에서는 70대 이상들이 20년 이상 보유해 온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이 포착됐다”며 “최근 서울에서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세제에 대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일 수 있고, 집값이 많이 오른 지금이 집을 팔고 상급지로 이동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왕이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른 집값을 잡기 위해 '더 센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세제 개편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기보유자들이 주택을 오래 보유했다가 매도할 경우 양도세의 최대 80%까지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에 대해 공제 혜택이 커진다. 일반 부동산은 보유 기간 1년당 2%씩 공제해 15년 이상 보유 시 최대 30%까지 공제한다. 1가구 1주택자는 보유와 2년 이상의 실거주 기간을 충족하면 보유 기간당 4%씩 최대 40%, 거주 기간당 4%씩 최대 40%를 합산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15년을 넘더라도 공제율 한도는 늘어나지 않으며, 고가주택이나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실거주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풀로 받기 위해 그런 걸 수도 있다”며 “장기 보유자들은 중장년층이나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걸 팔아서 자식 앞으로 정리하기도 하는 등 일종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이 같은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대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적 공감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 한 곳에 20년∼30년 살았는데 공제를 줄이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살펴서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이면서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가 높은 주택을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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