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1001, 신경질환 넘어 항암까지…다중기전 신약 입증”

▲박노희 UCLA 의과대학·치과대학 석학교수 겸 명예학장은 2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GV1001 임상 연구 콜로키움’에서 특별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젬백스앤카엘)

다중기전 신약 ‘GV1001’의 광범위한 치료 잠재력이 재조명됐다. 다양한 신경질환 치료에서 효능을 입증하며 임상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가운데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고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막는 기전도 주목받으면서 항암 분야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박노희 UCLA 의과대학·치과대학 석학교수 겸 명예학장은 2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GV1001 임상 연구 콜로키움’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GV1001이 항암제 독성으로 유발되는 염증성 점막손상·세포 손상을 억제하면서 정상세포를 보호하고 암세포 증식까지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항암제 5-FU(5-Fluorouracil)은 세포가 DNA를 합성하는데 필수적인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다. 그러나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강하게 작용,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 중에서도 구강과 위장관 점막세포처럼 재생 속도가 빠른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기 쉽다. 이로 인해 이 약을 쓰는 환자는 구강과 식도, 장의 점막이 손상돼 염증과 통증이 동반되는 점막염과 구강점막염, 위장관 독성이 흔히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임상 항암제 5-FU를 투여한 실험동물에서는 점막염이 흔히 발생하지만, GV1001을 함께 투여하자 이런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 또한 GV1001은 염증으로 손상된 점막 세포의 구조를 보호하고, 세포가 변형되는 과정을 억제해 조직의 회복을 촉진했다.

박 명예학장은 “GV1001과 5-FU를 병용 투여했을 때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사멸시키고 정상 세포는 보호한다”라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GV1001이 암세포의 면역 회피 신호 단백질 CD47에 작용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CD47은 암세포 표면에서 발현돼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에게 “먹지 말라(Don’t eat me)”는 신호를 보낸다. GV1001은 이 CD47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가 대식세포에 의해 인식·제거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시험관 실험(in vitro)에서 확인됐다.

김윤정 관악서울대병원 치주과 조교수는 GV1001을 전신 투여했을 때 치주염 및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설명했다.

GV1001을 투여받은 동물은 치주염으로 인한 잇몸의 부종과 출혈, 염증세포 침윤이 크게 줄었고, 치조골 파괴 역시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혈관에서도 변화가 뚜렷해 대동맥 내부의 지질 침착과 염증 반응이 눈에 띄게 감소해 혈관벽이 매끄럽게 유지됐으며,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유의하게 낮아졌다. GV1001이 구강-혈관으로 이어지는 전신 염증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만성 염증성 질환의 연쇄적 진행을 막을 수 있단 효능을 보여준 것이다.

김 조교수는 “GV1001이 치주염과 연관된 전신질환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GV1001 임상 연구 콜로키움’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젬백스앤카엘)

현재 GV1001은 진행성핵상마비(PSP)에 대한 임상이 가장 빠른 단계에 진입해 있다. 임상 2상에서 질병 진행을 늦추고 인지·운동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효과를 확인,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이번 콜로키움을 통해 GV1001은 신경질환뿐 아니라 항암·염증 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다시 확인했다.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고문은 “현재 GV1001을 PSP,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신경질환에 적용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토콘드리아 기능 손상을 줄임으로써 항암 치료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 착안해 이르면 내년 중 항암백신 임상에도 착수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