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벗어나 보호무역 선회
中, 희토류·기술 수출통제 강화
미·중 무역협상 새 리스크로 부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9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더욱 엄격히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역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에서 사마륨·디스프로슘·가돌리늄·터븀·루테튬·스칸듐·이트륨 금속과 이들의 합금 및 산화물을 통제 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출 시 당국의 이중용도(민·군 겸용) 품목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해당 물자들을 함유·조합·혼합해 해외에서 만들어진 희토류 영구자석 재료와 희토류 타겟 소재(박막 생산용 핵심 원재료)까지 수출 통제 범위에 포함했다. 중국 기술이 투입된 제품은 해외 생산품이라도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통제’ 조치로 풀이된다. 상무부는 이들 물자가 중국이 원산지인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야금, 자성 재료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회수 등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됐을 때도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EU가 7일(현지시간) 역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고, 무관세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EU는 무관세 철강 수입 한도를 지난해 연간 3600만t(톤)에서 1830만t으로 축소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 장벽을 세워 중국 등 저가 철강의 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영국산 철강에 25%, 다른 국가에는 50%의 관세를 적용 중이다. EU가 상대적으로 개방된 역내 시장으로 글로벌 철강이 몰릴 위험이 커지자 방화벽을 쌓은 셈이다. 이에 중국도 자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희토류를 무기로 삼아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정제·분리 기술에서도 절대적 우위에 있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식 고율 관세를 강하게 비판했던 EU가 오히려 뒤따라가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리서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는 “오랜 기간 자유무역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유럽이 이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핵심 산업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자유 무역에서 벗어나 보호무역주의로 향하는 분명한 움직임”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처럼 확산하며 ‘미국 우선주의’가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도 커졌다.
아울러 중국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나온 것으로, 양국이 포괄적 무역합의를 모색하는 가운데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