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새 내각 출범 20일 이후로 지연될 듯⋯연립 협의 진통

‘강경보수 우려’ 공명당 연립 이탈설
제3야당 국민민주당과 잇단 접촉 시도
고물가 경제대책 대응 지연 우려
미ㆍ중 등 외교에도 지장 가능성

▲다카이치 사나에가 4일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정식으로 총리에 오르면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새 정권 발족을 위해 연립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했던 중도 보수인 공명당과의 협의가 이례적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총리 지명은 20일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라고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물가 상승 대책을 포함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의 연내 통과가 어려워지고, 외교 일정도 타격을 받는다.

4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는 7일 신규 집행부를 구성하고 전날 각 정당 대표들에게 공식 인사를 했다. 닛케이는 “자민당은 이전 집행부 아래에서 임시국회를 15일에 소집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 일정을 포기했다”면서 “국회 내 총리 지명은 20일이나 21일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자민당과 공명당간 연립 구성 합의가 늦어져 정부 여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애초 예정한 15일에서 21일 전후로 늦추는 것을 검토한다고 알렸다.

공명당에서는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 보수 성향을 우려해 연립 정권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명당은 4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자금 스캔들 대응, 과도한 외국인 배척 등 3가지 문제점을 지목하고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씨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다카이치 총재는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등과 연정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기존 연립 정당인 공명당이 빠져나가면 총리 지명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또 닛케이는 국민민주당 주요 지지 기반은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여서 기업인들과 가까운 자민당과는 본질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어 연정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차기 정권의 출범이 이달 하순 이후로 미뤄지면, 연내 추가경정예산 통과는 쉽지 않게 된다. 제때 통과되지 않으면 당분간 물가 대책은 약 3000억 엔 규모(2조8000억 원)의 예비비로 버틸 수밖에 없다.

외교 일정도 빽빽하다. 총리 취임이 늦어지면 본격적인 준비 시간이 준다. 우선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전후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은 또 한국에서 이달 31일~11월 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국가주석과 신임 총리와의 회담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닛케이는 “역대 정권 가운데 출범 후 반년 동안 내각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2기 아베 신조,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모두 1000일을 넘겼다”며 “초기에 혼란을 겪고 동력을 잃은 정권은 1~2년 만에 끝났다. 경제 대책과 외교 데뷔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지가 다카이치 차기 정권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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