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대 “주변에서 K뷰티 제품에 대한 얘기 많아”
도쿄, K컬러로 물들다…체험 위해 일평균 300~500명 매장 방문
데이지크·퓌·VDL·CNP 등 현지 맞춤·가성비 전략으로 시장 침투

“이미 주변에서 K뷰티에 대해 다 아는 느낌이다.” 3일 오후 4시 45분쯤, 일본 도쿄 신주쿠구 한인타운 신오쿠보에 8월 문을 연 데이지크 플래그십 스토어 도쿄에서 만난 고등학교 1학년 미나미(가명). 친구 2명과 함께 립 제품을 둘러보던 그는 10대들 사이에선 K뷰티가 일상 속 소비재라고 전했다. 미나미는 “아이돌, K-문화를 좋아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친구들이 아직 많지만, K-문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K뷰티의 경우 10대 사이에선 전반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 1020세대의 K뷰티 유입 경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K뷰티 제품을 알게 되면 큐텐재팬이나 올리브영 글로벌몰 등 역직구몰에서 구매를 한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은 한국의 트렌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올리브영 글로벌몰 등을 통해서 한국 트렌드가 점점 빨리 반영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일본 소비자들이 이제는 버라이어티숍이나 드럭스토어, 브랜드 단독 매장을 직접 찾아 테스트를 해본 뒤 매장이나 혹은 보다 저렴하게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데이지크 플래그십 스토어 도쿄에도 하루 300명 정도가 찾고 있다.
데이지크 매장 관계자는 “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고 방문한다”며 “젊은 연령의 방문객이 많고 학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장을 오픈한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일평균 300명이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다양한 색상이 구비된 립, 아이섀도우 제품이 인기가 많고 일본 전용 상품도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위치한 퓌 아지트 도쿄 매장에도 하루 평균 5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도쿄 매장은 지리적 요건상 4050세대 소비자들도 매장을 찾아 쇼핑을 많이 한다는 특징이 있다. 퓌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로, 현재 일본에 도쿄 매장을 포함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오프라인 매장 확장 사례는 K뷰티가 일시적 유행 수준을 넘어 하나의 카테고리가 됐다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퓌 매장에서 한참을 서서 여러 가지 컬러의 제품을 테스트 해보던 한 일본 중학생도 ‘K뷰티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K뷰티 브랜드는 대인기”라며 웃으며 답했다.
K뷰티 브랜드의 강점은 ‘가성비’다. 일본 색조 화장품 시장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 사이 브랜드가 많지 않은데, 인디 K뷰티 브랜드들이 해당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퓌 관계자는 “퓌도 적절한 가격에 다양한 색조 신제품을 속도감 있게 선보이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퓌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립&치크 ‘블러리 푸딩팟’ 제품의 종류는 무려 35가지다. 이 관계자는 “작고 귀여운 것을 선호하는 일본 젊은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등 일본 전용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고 부연했다. 작은 크기의 증정용 립&치크 ‘젤리팟 키링’ 등도 인기다.
LG생활건강은 다브랜드를 가진 만큼 다층 전략을 구사한다. 이날 도쿄 미나토구 신바시 긴자스테파니 빌딩 1층 LG생활건강 면세점에서는 면세 판매 제품인 숨, 후 외에도 CNP, VDL, 유시몰 제품을 볼 수 있었다. 신윤진 LG생활건강 일본사업총괄 ABM은 “면세점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로 중국 관광객 수요를 잡지만 버라이어티숍과 드러그스토어에서 성과를 내는 CNP, VDL, 유시몰 등 중‧저가 브랜드 상품도 이곳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ABM은 “일본은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이 크다”며 중‧저가 브랜드가 큐텐재팬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해 입소문을 타더라도 이후 오프라인 시장까지 침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신 ABM은 “성분과 용법 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일본 시장에서는 인플루언서가 몇 개월 간 제품을 쓰고 진정성 있는 리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그 경로를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전용 제품도 중요한 상품 전략이다.

드러그스토어에서도 K뷰티의 공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쯤 방문한 도쿄 시부야구 메가 돈키호테 시부야 본점 3층 뷰티 층에서는 K뷰티 브랜드 매대 정비가 한창이었다. 매대를 정비하던 20대 남성 직원은 “K뷰티를 포함한 아시아 브랜드를 한 데 모으고 있는 과정이긴 하지만 리뉴얼 과정에서 K뷰티 브랜드 종류와 제품이 많이 추가됐다”며 “힌스가 최근 들어왔고 퓌도 추가로 입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도 K브랜드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진열 준비 중인 브랜드로는 어뮤즈‧웨이크메이크‧삐아‧에뛰드‧라카‧아임미미‧힌스‧바닐라코 등이 보였다. 색조 외에 바이오던스‧아누아‧메디큐브‧토리덴 등 K마스크팩과 조선미녀 파운데이션 등을 따로 진열해놓은 매대 쪽에서는 직원들이 오픈과 동시에 재고를 채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소 하루에 2번(오전‧오후) 매대를 채우는 상황이다.
메가 돈키호테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위치한 버라이어티숍 시부야 로프트 매장의 뷰티 층은 체감상 절반가량이 K뷰티 제품으로 구성돼있었다. 라카 제품을 보던 35세 일본 여성은 “평소에도 K뷰티에 관심이 많다”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를 찾고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한다. 볼터치‧립 등 다양한 K브랜드의 색조 제품에 관심이 많은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일본 드러그스토어를 찾는 글로벌 관광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 20대 여성 관광객은 “티르티르, 3CE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라카 등 더 다양한 K뷰티 브랜드가 많은 것 같다”며 “립, 아이섀도우 등 글리터리하고 다양한 컬러 구성이 미국 브랜드에서는 찾기 힘든 종류다. 돌아가서도 찾아보고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