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3개사 “엑스레이 사용자격에 한의사 명시해야”

브이에스아이·오톰·에코트론 “정부, 제도 정비 안 해 산업계 성장 저해”

▲2일 브이에스아이, 오톰, 에코트론 등 의료기기 3개사가 서울 용산구 게이트타워에서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정상화를 위한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요한 브이에스아이 팀장이 선언문을 읽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의료기기 기업들이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을 전면 허용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엑스레이 사용을 둘러싼 한의사와 의사들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기업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브이에스아이, 오톰, 에코트론 등 의료기기 3개사는 서울 용산구 게이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정상화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세 회사는 모두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저선량 엑스레이인 ‘포터블 엑스레이’를 개발·제조·판매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합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의료기기 산업계의 성장이 발목 잡혔다고 토로했다.

이요한 브이에스아이 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좋은 장비를 한의 진료에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는데, 정부의 규제로 인해 한의계에 공급하지 못하고 개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국가가 확실하게 규제 개선 등의 조치를 해달라”라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의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자격기준’에는 ‘한의사’와 ‘한의원’이 명시되지 않았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법률의 사각지대에 있어, 일선 한의원들이 선뜻 기기를 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의원이 엑스레이를 구매해도 보건소에 이를 등록하는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1월 수원지방법원이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진료에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허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기업들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자격기준에 한의사를 포함해, 이들이 적법한 절차를 밟고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일 브이에스아이, 오톰, 에코트론 등 의료기기 3개사가 서울 용산구 게이트타워에서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정상화를 위한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오준호 오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기업들은 한의계를 포터블 엑스레이의 잠재적인 주요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나요법과 근골격계 질환 치료가 많이 진행되는 한의의료기관 특성상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서다. 정밀한 진단을 위한 수단을 원하는 한의사들의 수요도 명확한 상황이다.

오준호 오톰 대표는 “포터블 엑스레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규제로 인해 업계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일본과 독일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경쟁력 있는 국산 기기가 국내에서조차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권소은 오톰 본부장은 “전국에 한의의료기관이 약 2만 개소 있는데, 이미 초음파 기기는 수천 대가 팔렸다”라며 “근골격계 질환 진료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엑스레이는 이보다 수요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선언문을 공동 발표한 3개사는 향후 더 많은 기업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소은 본부장은 “의료계의 직역 간 갈등 문제를 배제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행정적 절차가 미비해 산업계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요한 팀장은 “한의원과 병·의원 모두를 고객으로 둔 기업의 시각으로 볼 때, 국가에서 마련한 여러 의료기기 사용 규정들은 병·의원을 중심으로 맞춰진 부분이 많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의의료기관들이 현행 규정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사안이 적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사와 양의사를 편 가르기 할 의도가 없으며, 좋은 물건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만이 기업들의 목적”이라며 “국내에 엑스레이 전문 기업이 약 15개 있는데, 오늘 3개 업체를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도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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