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레모네이드 원칙’…한국 기업들의 역발상

(AI 이미지)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뜻밖의 레몬을 쥐었을 때 누군가는 신맛에 얼굴을 찌푸리고 버리지만, 누군가는 레모네이드를 만든다. 기업가적 사고를 설명하는 ‘레모네이드 원칙(Lemonade Principle)’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일본의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기술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기술의 급격한 진화는 미래 예측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런 시대에 기업들이 의지하는 것은 치밀한 계획이 아니라, 실패를 활용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언급하면서 '레모네이드 원칙'을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영학자 사라 사라스바티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Effectuation’이라는 기업가적 사고 이론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핵심 원칙 중 하나가 ‘레모네이드 원칙’이다. 실패를 피하는 대신, 실패를 자원으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레모네이드 원칙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 기업들의 실패와 전환 과정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3M은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잘 붙지만 쉽게 떨어지는 풀’을 얻었고, 이는 포스트잇으로 발전했다. 파나소닉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센서 시장이 막히자 같은 기술을 카메라에 적용해 손떨림 보정 기능으로 키워냈다. 실패가 새로운 길을 연 셈이다.

국내 기업들에서도 실패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한 ‘레모네이드 원칙’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실패를 혁신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다. 당시 개발 중이던 자외선 차단제는 액체가 쉽게 새어나와 제품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를 단순히 불량으로 치부하지 않고, 액체를 스펀지에 담아 퍼프로 찍어 쓰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했다. 수십만 개 미세구멍을 가진 ‘셀 트랩(Cell Trap)’ 기술이 완성되면서 세계 최초의 쿠션 파운데이션이 탄생했고, 불안정한 제형 문제는 오히려 글로벌 화장 문화를 바꾼 혁신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초창기 실패를 기회로 바꾼 기업이다. 당시 유료 콘텐츠가 주류였던 환경에서, 유료 웹툰·웹소설은 철저히 외면받으며 사업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다. 하지만 경영진은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하트 충전 방식에 착안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제공하고, 더 빨리 보고 싶은 독자는 결제하도록 하는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도입했다. 이 전략은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유료 전환을 이끌어내며, 카카오페이지의 폭발적 성장 기반이 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1년 처음 공개됐을 당시 5인치가 넘는 대화면 때문에 “벽돌폰”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소형·슬림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를 단점이 아닌 기회로 해석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이의 수요를 ‘패블릿(Phablet)’으로 정의하고, 여기에 S펜 기능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며 대화면 스마트폰을 세계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레모네이드 원칙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처음엔 쓸모없어 보이는 결과라도 시각을 달리하면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매체는 "실패로 인해 우울해지는 것보다 '이걸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던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레모네이드의 원칙'을 통해 긍정적인 도전에 나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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