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생활로봇 상용화 속도전 가속
국내 기업, 휴머노이드 미래 기술에 집중

전 세계 가전업계가 ‘로봇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한발 물러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단순 가전 로봇 대신 휴머노이드와 미래 기술 투자에 집중하면서 전략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올해 출시를 목표로 했던 인공지능(AI) 반려로봇 신제품의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반려로봇 ‘볼리’를, LG전자는 연내에 ‘Q9’을 각각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양사가 연기를 검토하는 것은 기존 가전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고,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시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율주행 기반의 볼리는 집안 곳곳을 다니며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냉장고, TV, 에어컨 등 가전을 최적의 환경으로 조성한다. 이외에도 고령 가족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주거나, 반려동물의 식사 시간을 점검하는 등 돌봄 활동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 CES 행사에서 볼리를 처음 소개한 뒤, 지난해와 올해 행사에서도 깜짝 공개하며 출시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내부적으로 출시 시기를 재조정하면서 지난달 열린 IFA 2025 행사에서는 전시하지 않았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사업부장 사장은 IFA 2025 기자 간담회에서 볼리 사업 계획에 관해 “필드테스트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빨리 극복해 출시 시기를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IFA 2025에서 Q9을 전시하지 않았다. Q9은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 모달 센싱과 첨단 AI 프로세스를 토대로 사용자와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명령을 수행한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 사장도 “Q9을 개발할 때 (로봇이) 이렇게 빨리 발전할지 몰랐다”며 “아직 Q9 신제품 출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가전의 로봇화를 점차 실현하고 있다. TCL은 올해 CES에 이어 IFA까지 자사의 반려로봇 ‘에이미(AiME)’를 전시하며 출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에이미는 특히 아이와의 교감에 특화했다. 아이와 실시간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음악·영상을 재생하며, 집안 일정 관리와 가전 제어도 지원한다. 가족 구성원별로 개별 성격·기억을 저장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모바 등 중국 기업들은 AI 기술과 첨단 기능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으면서 로봇 가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은 단기 출시보다 장기적 로봇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등 첨단 로봇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바이스솔루션(DX)부문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이 조직을 통해 미래로봇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기존 14.7%에서 35.0%로 늘려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며 "어느 크기가 시장에 적합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폼팩터를 모두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집안일에 최적화된 새 폼팩터의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로봇선행연구소와 올해 초 인수한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를 통해 첨단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