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 융·복합적 디자인

지난달 30일까지 개최된 국민대 AI디자인학과 제1회 졸업전시회 ‘null’에서 만난 손아현(4학년) 씨가 자신의 졸업 작품인 ‘체험형 서비스’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null'은 정의되지 않은 가능성과 방향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된 오늘,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흐름 속에서 국민대 AI디자인학과 전공생들이 앞으로 개척해 나갈 새로운 진로와 비전을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손 씨의 말대로 이번 전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적 디자인 교육성과가 곳곳에서 구현됐다.
손 씨는 “디자인과 기술의 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기획부터 구현까지의 과정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면서 “자연어 처리기반의 기술과 음성기술을 통합해 실시간 상호작용을 가능케 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및 물리적 공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전시맥락에서 관람자의 동선과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학과 임유리 씨의 전시 또한 심미적인 관점이 고려된 창의적인 사고력이 돋보였다. 팝업스토어 관련 전시를 내놓은 임 씨는 “오토바이 사고 현장을 통해 트라우마와 흔적이 어떻게 정체성 일부가 되고 새로운 자아로 태어나는지를 관찰하고 경험하는 것을 표현했다”며 “관객이 작품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임 씨는 AI디자인학과 입학 당시만 해도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컸다”고 했다. 그런데 AI디자인학과를 입학하고 나서는 “오히려 AI를 디자인과 함께 배우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혼자서도 무한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다가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모든 체험 요소들을 반영해 관객 등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국민대 AI디자인학과는 단순히 ‘AI 활용 능력’을 넘어 기술과 인문·공학적 통찰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대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닌 시각·제품디자인, UI·UX 디자인뿐 아니라 통계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등 공학 기반 과목을 디자이너에게 적합하게 개발해 1학년부터 교육 과정에 반영해 융·복합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승준 씨는 관세음보살의 ‘천일수천일안’ 개념을 현대기술로 재해석한 작품을 내놨다. 박 씨는 “전통적으로 관세음보살의 천 개의 팔은 무수한 중생을 동시에 돕기 위한 자비의 구현인데, 보살은 중생의 상황에 따라 인간 및 동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면서 “이러한 신화를 확장해 현대 세계에 필요한 ‘1001’번째 팔과 눈을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씨의 작품 기계의 팔은 데이터 및 센서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기계 팔이 수행하는 그림은 관람객의 음성을 감지해 기계적 데이터로 관련 응답을 듣게 된다. 그는 “이 과정 속에 해당 작품이 현대적 방식의 위로, 연결, 구원감을 제공하는 장치로서 작동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여러 첨단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국민대 조형대학 장중식 학장은 “디자인 명문 국민대 조형대학에서 기존에 없던 특화된 영역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에서 이미 AI디자인학과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췄다”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희망찬 앞길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국민대 AI디자인학과 주다영 주임교수는 “이번 졸업전시회는 AI디자인학과가 지향하는 융합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학생들이 미래 디자인 산업을 주도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시모집(실기위주 전형)과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비실기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모두 입학 경로와 관계없이 학과의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거쳐 4년 후에는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창출한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