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집을 사는 건 단순히 ‘이번 달에 오를까, 내릴까’를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아주 큰 결정이고, 자산을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대한 장기 전략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청약 경쟁률도, 매수 압박도 늘 뜨겁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 차분해져야 한다.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하다면 청약을 할지 고민해볼 만하다. 특히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인지 아닌지에 따라 당첨 가능성이 갈리니, 내가 청약에서 ‘고스펙자’인지 먼저 냉정히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청약을 노리기보다, 매수로 방향을 바꾸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호가와 시세는 다르다. 누군가 높게 부른 가격에 흔들리기보다는, 실제 거래되는 시세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남들 따라다니는 뇌동매매만큼 위험한 건 없다.
한편 수도권 일부 도시와 대부분의 지방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돼 있다. 투자용으로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청약 수요는 일명 ‘옆그레이드’로 표현되는 갈아타기용 목적인 유주택자들이다. 청약을 넣기 전, “이게 정말 이 지역 시세와 대비해 볼 때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던져야 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청약의 본질은 단순하다. 결국 “새 집을 싸게 산다”는 것, 이 대전제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청약 시장은 누가 더 높게 분양을 하고 빨리 팔 수 있는지 고분양가 랠리 중이다. 이 상황에 청약이 꼭 답일까? 좋은 새 집을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입주 2~3년 된 신축 단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금 비과세 요건을 채우고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을 때가 많다.
둘째, 입주를 앞둔 단지를 잘 살피다 보면 알짜를 건질 수 있다.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가 잔금이나 전세 세팅이 막혀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때가 있는데, 이런 기회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입주기간은 일시적 바겐세일 기간이다.
셋째, 속도가 붙은 정비사업이다. 곧 이주나 철거, 분양을 앞둔 입주권도 좋다. 일반분양보다 정비사업은 진행과정과 추가분담금의 위험 부담은 다소 있지만, 잘 고르면 새 아파트를 합리적으로 얻을 수 있다.
결국 방법은 있다. 정책의 소음에 휘둘리기보다 내 기준을 지켜야 한다. 불안 속에서도 차분히, 길게 보는 시각이 결국 내 집 마련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