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단에 맞춰야…국토부·서울시, 주택 공급ㆍ규제 엇박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주택 공급대책과 규제 방향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공공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되,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통해 민간 주도로 한강벨트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는 두 기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시장에서는 혼선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31년까지 한강벨트 19만8000가구를 포함해 주택 31만 가구를 착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강서구(5만3000가구), 송파구(3만5000가구), 서초구(2만5000가구), 양천구(2만3000가구), 강남구(2만1000가구), 용산구(2만1000가구) 등이다. 공급 방식은 공공보다는 민간을 중심으로 재정비·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기존 정비구역 지정을 앞둔 사업장과 모아주택, 리모델링 물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39만 가구 이상 공급도 가능하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반면 국토부는 9·7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등 공공을 중심으로 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 가구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신도시나 공공택지·유휴부지 등으로 삼았다. 공급 정책의 핵심에는 임대 확대도 포함됐다. 서울 주요 입지에 있는 강남, 강서, 노원 등 노후 공공임대를 중산층도 입주 가능한 공공임대·분양 혼합 단지로 재건축해 2030년까지 수도권 2만3000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공급 방식과 활용할 대상에서 국토부와 서울시가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규제에 대한 시선도 엇갈린다. 수요가 많아 집값 상승이 가파른 한강벨트 공급을 강조한 서울시와 달리 국토부는 투기적 수요는 규제를 동원해서라도 억제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세제 개편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개인적인 의견으로 보유세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시장은 과거 정부 사례를 볼 때 규제 강화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을 내비쳐왔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도 마포, 성동 등이 추가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기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만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며 규제를 더 강화하지 않았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기관의 공급대책과 규제 방침이 이처럼 엇갈리면서 시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주택의 경우 장기 계획을 세우고 구매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명확한 정책 가이드라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 속 두 기관의 정책이 계속 엇박자가 나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 지원 없이 서울시가 단독으로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두 기관이 충분히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두 기관의 수장은 실무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있으며 다른 의견은 조정해 나간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오 시장은 국토부가 9·7 공급대책 발표하면서 서울시와 사전 소통이 없었다는 지적에 “전 정권처럼 적극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실무적인 차원의 소통은 분명히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관련해 김 장관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다른 기관이기에 구체적인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조정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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